“당신 ‘수박’ 정치인이야?”…한국서 로제 와인이 안 팔리는 이유 [김기정의 와인클럽]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 지지자들은 당내 반대파를 향해 ‘수박’ 정치인이라고 부릅니다. 겉은 민주당의 색인 파란색을 띠고 있지만 속은 국민의힘의 색인 빨간색이라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에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미국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오레오’라고 불렸는데요. 겉은 검은데 안은 하얀 오레오 쿠키처럼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인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뜻에서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그렇게 비아냥거렸습니다. 한인을 포함한 미국 내 아시아계 2세, 3세들을 ‘바나나’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겉은 동양 사람이지만 백인처럼 행동하는 아시아계를 향해 겉껍질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를 닮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인종차별적인 비하 발언입니다.
유럽, 미국시장과 달리 한국에선 유독 ‘로제 와인’이 힘을 못 쓰고 있는데요.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니 우리는 선명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와인이 왜 특정 ‘색’을 내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와인의 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샴페인은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와 청포도 품종인 샤르도네 등 3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듭니다. 피노 누아나 피노 뮈니에 등 적포도 100%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청포도인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부릅니다. 신기한 것은 적포도 100%로 만든 샴페인도 붉은색을 내지는 않지요. 물론 레드 스파클링 와인이 이탈리아, 호주 등지에서 생산되기는 합니다.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 껍질의 색과 침용 방식입니다. 레드 와인은 포도즙을 껍질과 함께 발효시키는데 이때 포도껍질에서 ‘빨간’ 색소가 추출됩니다. 반면 화이트 와인은 포도를 압착해 즙을 빼내고 껍질과 씨는 버립니다. 이렇게 투명한 포도즙만 발효, 숙성시키는 게 화이트 와인입니다. 적포도 품종도 껍질을 제거한 뒤 양조하면 화이트 와인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샴페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로제 와인은 간단하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제조 방법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금지돼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금지돼 있으며 유일한 예외가 샹파뉴입니다. 샹파뉴지역에선 ‘로제 샴페인’을 만들 때 스틸 레드와인과 샴페인을 섞어서 만듭니다.
로제 와인은 포도껍질을 포도즙과 함께 발효시키다가 어느 정도 색이 우러나오면 껍질을 제거하고 제조합니다. 붉은 장밋빛 색을 띠지만 맛은 화이트 와인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연어빛이란 표현도 있지만 저는 로제의 성격에 맞게 로멘틱한 장밋빛 또는 핑크빛이 더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
적포도 품종을 화이트 와인 만들 듯이 양조한 것이 로제 와인이라면 반대로 청포도 품종을 레드와인 만드는 것처럼 양조한 것이 오렌지 와인입니다.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 화이트 와인은 껍질을 제거하고 양조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오렌지 와인은 상당 기간 껍질과 씨앗을 포도즙과 함께 발효시킵니다. 이를 통해 포도껍질 속 타닌과 폴리페놀이 와인 속에 녹아들어가 좀 더 복합적인 와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한 오렌지 빛깔의 고운 색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와인의 발상지라 불리는 조지아에선 오렌지 와인이 유명한데요. 조지아에선 진흙으로 만든 ‘크베브리(Qvevri)’란 항아리에서 청포도로 오렌지 와인을 생산합니다. 와인이 진흙 항아리에서 숨 쉬며 숙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호박(앰버·Amber) 색을 띠게 됐을 거란 추측도 해보지만 조지아에선 전통적으로 껍질과 씨를 제거하지 않고 와인을 발효, 숙성시켰습니다. 그래서 호박색 와인이 생산됐는데요. 오렌지 와인이란 멋진 이름은 2004년 영국의 와인 수입업자가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와인의 색을 정리해봅니다.
레드와인은 적포도 품종으로 껍질과 함께 양조,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 품종으로 껍질을 벗겨내고 포도즙만으로 양조합니다. 로제 와인은 적포도 품종을 화이트 와인 만들듯이 껍질을 잠깐만 담갔다 빼는 방식으로 양조합니다. 반대로 오렌지 와인은 청포도 품종을 레드 와인 만들듯이 껍질과 함께 양조합니다. ‘그린 와인’은 지역 명칭으로 와인의 색깔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한국서도 ‘로제 와인’이 좀 더 시장을 넓혀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고 느낀 점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망자 계속 늘어난다”…쇼핑센터 ‘묻지마 칼부림’에 6명 사망 호주 ‘발칵’ - 매일경제
- “국민연금, 임금 외 자산소득에도 부과 가능”…500人 시민도 참여했다 - 매일경제
- “군인 50명 갑니다” 완전히 믿었는데…309만원 뜯긴 음식점 사장 - 매일경제
- 홍준표가 말한 국회 108석의 의미…“국민들이 명줄만 붙여 놓은 것” - 매일경제
- “원산지라 그런지 가격이 잘빠졌네”…김혜수 사라지자 ‘대반전’ - 매일경제
- “김성태와 창고서 술 마시며 진술 조작했다”…檢 “이화영 주장, 허위” 반박 - 매일경제
- 한 남자 놓고 여자 22명 싸우더니…TV 짝짓기 우승女 결혼 3개월 만에 이혼 - 매일경제
- “남편이 흉기들고 장례식장 간다”…출동한 경찰에 40대 한짓이 - 매일경제
- “최대 반값이래”…이 참에 나도 장만해볼까, 날 따뜻해지자 난리난 이 곳 - 매일경제
- 슈팅 연습 중 ‘무릎 찌릿’ 린가드, 축구 인생 첫 수술 결정...“경기 투입까진 최소 한 달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