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힘 잃고, 의사들은 내홍…그러는 사이 응급환자 사망 속출

정심교 기자 2024. 4. 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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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한 총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 뒤 국정 쇄신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4.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의대 2000명 증원안을 놓고 대치해온 정부와 의사집단이 '임시 휴전'에 접어들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는 인적 쇄신부터 해야 할 판이다.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인수위원회 간 기 싸움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동력이 떨어졌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쇄신의 첫 단추로 인적 쇄신에 나선다. 이르면 14일 이관섭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리하고 후임 비서실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석급 참모진도 교체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주말 간 메시지를 정리한 뒤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과 '국정 쇄신'의 복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사의를 밝힌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자 인선과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총선 전 개각에서 제외됐던 부처의 장관 교체 등 중폭 개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총선 이후 의대 증원 관련 이슈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 참모진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인적 쇄신과 조직 정비 작업을 먼저 한 뒤 의대 증원에 대해 논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 복지부는 총선 전날(9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예정됐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은 지난 10일 밤 9시쯤 갑자기 취소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오른쪽)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 당선인 왼쪽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2024.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총선 참패의 쓴맛을 본 정부의 의사집단에 대한 압박이 소강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의사들 사이에선 내홍이 격해졌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전공의, 의대생, 교수단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각 주체 간 이견으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의협 비대위는 '초강경파' 임현택 회장 당선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의 만남, 합동 기자회견 등 비대위 운영을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과학적 근거 없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한다'는 의협 비대위와 달리, 임현택 당선인은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의정 갈등 해결에 대한 인식차가 크다. 임현택 당선인은 비대위원장직을 자신에게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협 비대위는 대의원회 운영 규정에 따라 현 비대위는 4월 말까지 임기를 채워야 하고, 임현택 회장 당선인은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정 대치가 해결되지 않는 사이, 환자가 의사 부족으로 진료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의료계 파업 탓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내를 떠나보냈다는 남편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지난 8일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소형 병원에 입원했다. 집 근처 대형병원 응급실이 있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아내는 다음날 상태가 위중해지면서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새벽 심정지로 숨졌다. A씨는 "아내가 힘들어하자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한다. 이미 부전으로 몸에 노폐물이 쌓여가고 있는데, 그걸 그대로 방치한 셈"이라며 "의료파업이 없었다면 (집 근처) 대형병원에 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투석하든 간이식을 하든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부산시는 15일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 출동반을 꾸려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의사가 없어 환자가 퇴원 당했다가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도 나왔다. 1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70대 장폐쇄증(장 막힘) 환자 B씨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퇴원한 지 3일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체 검안 결과, 장폐쇄증으로 인한 패혈증과 탈수가 사망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족은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퇴원이 결정됐다"며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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