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interview] '원 클럽 맨+영구결번‘ 고요한의 당부, “새로운 쌍용+투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포포투=정지훈(상암)]
2004년 입단 그리고 등번호 13번. FC서울의 레전드 고요한이 자신의 입단 년도와 등번호가 들어간 4월 13일에 특별한 은퇴식을 했다. 고요한은 정든 상암벌을 떠나면서 새로운 쌍용(기성용+이청용)과 투고(고요한+고명진)가 나오기를 바랐다.
FC서울은 1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2-4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서울은 무패의 흐름이 깨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패배는 아쉬웠지만 이날은 ‘고요한 데이’로 특별했다. 주인공은 서울의 ‘원 클럽 맨’ 고요한. 그는 지난 2004년 서울에 입단했고, 이후 2024년 은퇴할 때까지 서울에서만 20년간 뛰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366경기 34골 30도움. 서울의 영광의 순간에는 고요한이 있었다. 고요한은 K리그 우승 3회(2010, 2012, 2016년), 코리아 컵(구 FA컵) 우승 1회(2015년), 리그컵 우승 2회(2006, 2010년) 총 6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고요한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구단 최초로 3시즌 연속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서울은 고요한의 공로를 인정해 그의 등번호 ‘13번’을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배려했고, 현재는 서울의 유스 팀인 오산고등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
2024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고요한은 당초 자신의 생일인 3월 10일(서울-인천전)에 은퇴식을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 팬들은 더 의미 있는 날, 자신들의 레전드가 은퇴식을 하기를 바랐다. 바로 고요한의 입단년도와 등번호가 있는 4월 13일. 마침 포항과의 경기가 예정돼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고요한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서울 구단은 고요한에게 등번호 13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감사패를 전달했고, 김기동 감독과 박태하 감독 모두 꽃다발을 건넸다. 이후 시축 행사를 진행하며 경기 시작을 알렸고, 전반 13분에는 서울 팬들의 박수 응원이 이어졌다. 서울 팬들은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영원한 13”, “12곁에 13 영원히”, “언제라도 함께 해”, “고요한이 서울이다” 등 다양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 종료 후,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다. 그라운드에는 고요한을 상징하는 ‘13’ 조형물이 설치됐고, 고요한의 지난 시간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리마인드 고요한’ 행사가 열렸다. 고요한의 유소년, 프로 데뷔, 2010 우승, 2012 우승, 결혼, 2016 우승 등을 담은 배너가 고요한을 반겼다. 여기에 부모님, 기성용, 김진규, 오산고 코치, 가족이 차례로 등장해 고요한의 은퇴를 축하했고, 고요한과 함께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몰리나, 아디 등 옛 동료들도 영상 편지로 축하를 건넸다.
은퇴 헌정 영상 이후에는 감사패 전달식과 ‘13번’ 영구결번식이 있었다. 서울의 팬들을 대표해 수호신 회장이 고요한에게 감사패와 기념액자를 전달했고, 곧바로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GS스포츠 여은주 대표이사는 고요한에게 ‘영구결번패’를 전달했고, 곧바로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고요한은 “익숙한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조금은 낮선 옷을 입어봤다. 선수로서 마지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축구를 하는 순간에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스승님들과 FC서울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고, 이후 마지막 승리 세리머니와 함께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FC서울 고요한 은퇴 기자회견]
-은퇴 소감
시원섭섭하다. 아이들이 말했듯이 다칠 일도, 아플 일도 없다. 막상 경기장에 와서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니까 은퇴를 번복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선수로서의 시간이 큰 영광이었다.
-눈물의 의미
은퇴식을 오기 전까지 다짐을 많이 했다. 울지 않겠다고 했는데, 부모님 영상이 나올 때 눈물이 나왔다. 항상 감사한 분들이다. 희생도 많이 하셨는데, 사랑을 주셔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년간 가장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제일 좋았던 순간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다. 개인 목표도 있었지만, 팀이 우승했을 때가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으로 돌아가서 죽을 각오로 뛰었으면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대회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다.
-고요한에게 FC서울이란?
FC서울은 저에게 꿈을 선물해준 구단이다. 20년 동안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보람차다.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준 곳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족 같은 곳이다. 인생의 절반을 바쳤다.
-영구결번
서울 구단에서 첫 영구 결번이다. 20년 동안 이 팀에서 치열하게 뛴 것을 인정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 시간 동안 헌신할 수 있어서 기쁘다.
-기성용 등 동료들과 함께 한 은퇴식
조금 더 선수 생활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그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성용이한테는 고생을 더 많이 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함께 더 뛰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도자 분들도 아쉬워 하시면서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많이 배우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셨다.
-20년 동안 원 클럽 맨
이적도 할 수 있었고,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서울에 남아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 조언을 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다. 묵묵히 열심히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 고요한
지도자를 한지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팀에 맞는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다. FC서울과 20년 동안 동행해왔고, 지도자의 첫 걸음도 서울에서 하고 있다. 이 팀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서울이라는 구단이 선수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는데, 제가 준비가 된다면 감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메시지
가기 전에 많이 울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러면서 아내가 가장 많이 울었다.
-구단에게
저는 어린 시절 서울에 와서 성장해왔다. 지금은 오산고의 코치로 있는데, 많은 지원을 통해 쌍용과 투고가 또 나왔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서울이 강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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