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뜨거운 눈물의 은퇴식, "영구결번은 치열했던 20년의 의미...서울 감독이 꿈" '원클럽맨' 고요한의 새로운 시작
[마이데일리 = 상암 최병진 기자] 고요한이 '영구결번'의 의미를 밝혔다.
서울은 1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2-4로 패했다.
서울은 이날 200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0년 동인 ‘원클럽맨’으로 헌신한 고요한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고요한은 서울에서 뛰면 총 6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8년부터 최초 3시즌 연속 주장까지 맡았다. 서울은 고요한의 등번호 13번을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은퇴식은 경기 전부터 후까지 진행됐다. 경기 전에는 은퇴기념패와 기념선물 전달식을 진행했다. 고요한이 직접 시축을 진행했다. 서울 공식 서포터스인 ‘수호신’도 고요한의 은퇴식을 기념해 13분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또한 “고요한이 서울이다”, “언제라도 함께해” 등의 걸개로 고요한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경기 후에는 본격적인 은퇴식과 영구결번 선포식이 진행됐다. 서울은 서포터즈석 앞에 무대와 함께 조형물 ’13’을 설치했다. 이어 고요한의 유소년, 프로데뷔, 2010년 우승, 2012년 우승, 결혼, 2016년 우승과 관련한 각각의 베너와 함께 영상이 재생됐다.
고요한의 부모님과 함께 기성용, 김진규 전력강화실장, 오산코 코치들, 가족들이 차례로 입장해 축하를 보냈다. 이어 수호신의 감사패와 기념 액자 전달식이 진행됐고 영구결번패도 전달받았다. 고요한은 눈물을 흘렸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승리의 세레머니를 함께 했다.
은퇴식 후 인터뷰를 진행한 고요한은 “시원 섭섭하다. 이제 다칠 일도 없다. 오늘 선수들 뛰는 거 보니까 은퇴를 번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선수로서 큰 영광이었고 보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요한은 은퇴식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실에 들어와서도 눈에 눈물이 가드했다. 고요한은 “은퇴식을 오기 전까지 다짐을 많이 했다. 울 자신이 없었는데 부모님 영상 나오니까 그때 눈물이 났다.항상 감사한 분들이다.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 제가 운동한다고 까탈스러웠는데 묵묵히 도와주셨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들을 향해 감사문을 읽었는데 제가 생각나는 대로 썼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다. 팬들한테는 언제나 감사함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사랑을 받아왔다”고 했다.
고요한은 우승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고요한은 “가장 좋았던 순간은 우승컵을 들었을 때다. 또한 가장 아쉬운 순간은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이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죽을힘을 다해 뛰어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요한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였을까. 고요한은 “서울은 저에게 꿈을 선물해 준 팀이다. 20년 동안 함께 하면서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내 선수로서 너무 보람을 느낀다. 모든 걸 다 이루게 해 준 곳이다.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생 절반을 서울에 바쳤기에 더 애정이 간다. 첫 영구 결번을 해주셨는데 제가 20년 동안 이 팀에서 치열하게 악착같이 뛴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서울을 위해 헌신한 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더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은퇴에 대해서도 “다들 더 하면 어떠냐고 했다. 그동안 고생했다면서 다음 인생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기)성용이한테 앞으로 더 고생하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뛰는 걸 보니까 1-2년 더 함께 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고요한은 현재 오산고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아직 지도자 생활이 4개월이라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팀에 맞는 전술과 투지나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길러내고 싶다. 20년을 선수로 했고 첫 지도자 생활도 서울과 함께 하고 있다. 더 노력한다면 지도자로서의 꿈도 서울에서 기회를 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다. 제가 먼저 준비를 잘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울 감독에 대한 꿈도 밝혔다.
고요한은 ‘이적’을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고요한은 “혼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선수로서 해외 진출은 또 다른 목표다. 그걸 원한 상황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도전을 하고 등을 지고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저 또한 흐르는 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구단을 향한 바람으로 “저는 어린 시절에 서울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때문에 유스를 길러내는 육성팀에 지원을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 ‘쌍용(기성용-이청용)’이나 ‘투고(고요한-고명진)’처럼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발굴됐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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