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피해자 아버지 앞에 무릎 꿇은 가해자 아버지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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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
재판 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중 피해자 아버지가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가해자 아버지에게 "(피해자 측)법률 대리인으로서 말씀드리면, 피해자 아버지가 원하는 건 신 씨가 자기 잘못을 다 인정하는 거다"면서 "(피해자 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보고 사과를 받아들일 용의는 있다고 말하는데 가해자 아버지께선 그에 대한 답을 안 하시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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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던 법정, 한 중년 남성이 방청석 1열에서 떨리는 손을 들었습니다.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흐느끼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으로 숨진 20대 여성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의자 신 모 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법정을 찾은 겁니다.
■ 피해자 아버지 "부모로서 파렴치범 용서할 수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 김지선 소병진)는 지난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항소심 첫 재판에서 신 씨 측 변호인은 "도주할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판단을 다시 받아보고 싶다"면서 1심이 선고한 징역 20년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 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중 피해자 아버지가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판사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 저희 딸 아이를 앞세우고 아빠로선 진짜 억울하고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신 씨가) 항소를 해 형을 깎으려고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저희 피해 가족으로선 힘이 듭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피해자 아버지
피해자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신 씨를 용서할 수 없고, 중형을 내려달라고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신 씨는 피고인석에 앉아있었지만 고개를 돌려 피해자 아버지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진정한 사과 없이 일관되게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파렴치범을 부모로서 어떻게 용서할 수 있습니까?"
"제발 (신 씨를) 중형에 처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피해자 아버지
피해자 아버지는 말이 끝나고 자리에 앉았지만,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두 손을 움켜쥐었지만 주먹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호소에 재판부는 "기록을 면밀하게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대해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에게 무릎 꿇은 가해자 아버지
첫 재판은 약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법정 밖 복도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누군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가해자 신 씨의 아버지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처음으로 피해자 아버지와 가해자 아버지가 직접 만났습니다.
무릎을 꿇은 가해자 신 씨의 아버지는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똑같은 입장인데…."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가해자 아버지는 "한마디만 들어주십시오. 자식의 부모로서 누가 아버지 입장을 이해하겠습니까?"라면서 "(아들이) 죄를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들은)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계속 흐느꼈습니다. "26살 나이에"라면서 딸에 대한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아버지가 돼 가지고, 아들이 죄를 완전히 다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하셔야 합니다"면서 "(신 씨가) 다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사과 없어…엄벌해야” 카메라 앞에 선 ‘롤스로이스 사건’ 유족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4388
■ 피해자 변호인 "잘못 인정 없이 합의하자는 연락만"
법정에서부터 옆에서 피해자 아버지를 돕던 피해자 측 권나원 변호사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신 무릎을 꿇는 가해자 아버지를 제지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가해자 아버지에게 "(피해자 측)법률 대리인으로서 말씀드리면, 피해자 아버지가 원하는 건 신 씨가 자기 잘못을 다 인정하는 거다"면서 "(피해자 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보고 사과를 받아들일 용의는 있다고 말하는데 가해자 아버지께선 그에 대한 답을 안 하시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또 "'잘못을 인정하게끔 하겠다'는 대답을 안 하고,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대답도 안 하지 않냐?"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항소심 단계에서도 신 씨 측 변호사가 연락이 와서 합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피해자 부모도 신 씨가 잘못을 인정하는 상황도 아닌데 그런 합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들인) 신 씨가 잘못을 다 인정하지 않고 거짓 변명을 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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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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