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봄철 전국 맛객 입맛 사로잡는 한재 미나리
(청도=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셀레늄 듬뿍 든 한재 미나리 드셔보셨나요"
경북 청도군 청도읍 한재로(평양리 등) 지역에서 재배되는 미나리가 전국으로 출하되면서 청도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자리 잡았다.
산골에서 재배되는 한재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 상당수가 억대 농가가 될 정도여서 농촌지역 소득 증가를 견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청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은 미나리 말고도 반시(납작감), 복숭아, 딸기 등 다양하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한재 미나리를 찾아 한재 산골을 찾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진다.
대구 등 대도시와 비교적 가깝지만 오염이 덜하고, 깨끗한 물로 키운 미나리는 다른 지역 것과는 달리 번잡한 손질을 하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생산 현장을 찾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처럼 특별한 인테리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산골 식당 입구에서 미나리를 먹기 위한 '개장 질주'(오픈런)가 발생하고, 대기표를 받고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봄철(2∼4월) 주말이나 휴일이면 심심찮게 펼쳐진다.
한재를 찾는 미식가들은 주변 식당에서 삼겹살 등과 함께 미나리를 먹는다. 생으로 먹는 사람이 많지만, 고기 굽는 불판에 함께 볶아 먹거나 부침개로 부쳐 먹기도 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미나리를 씻는 현장에서 갓 씻은 미나리를 바로 먹을 수도 있다.
한재를 찾은 도시민들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사는 도시로 돌아가 주변에 나눠줄 미나리까지 몇 단씩 사가기도 해 농가 소득에 보탬을 준다.
14일 청도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재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는 모두 130곳이다. 재배면적은 70㏊, 생산량은 1천100t, 농가 총수입은 10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도군 전체에서 430여곳의 농가가 2천100여t의 미나리를 생산하고, 164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고려하면 청도 지역 미나리의 절반 이상이 한재에서 생산되고, 가격도 다른 지역 미나리보다 한재 미나리가 높은 셈이다.
한재 미나리는 생산량의 50%가 현지에서 바로 팔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25%, 자매결연도시에서 도농직거래 장터 등을 통해 25%가 팔려나간다.
유통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다른 농산물보다 농민 소득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재 미나리는 1960년대 초반 청도 화악산 자락에 있는 한재에서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먹을 목적으로 재배했지만, 생산이 늘어나면서 일부가 마을 밖으로 나와 청도읍내 시장을 통해 팔려나갔다.
해발 900m가 넘는 화악산의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재배하고, 자연수로 씻어 나온 한재 미나리는 오래전 시골 마을 어귀에서 하수정화기능까지 하던 이른바 '미나리꽝'에서 재배되던 미나리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재 미나리만의 독특한 향이 살아있고, 씹을 때 질감이 다른 지역의 미나리보다 덜 억센 것도 전국적 인기를 얻는 데 한몫을 했다.
한재 미나리의 명성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1990년대부터 농민들은 작목반을 조직하고 하우스를 설치해 봄미나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또 전국 최초로 미나리 무농약 재배 품질인증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비닐하우스를 대량 설치하고 지하 암반수 관정 설치를 청도군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면서 미나리 재배면적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참살이(웰빙) 열풍이 불 때 미나리에 해독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고, 한재 미나리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나리보다 많은 양의 셀레늄과 칼슘,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도 한재 미나리 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한재 미나리는 인기는 식지 않았다.
청도군은 미나리 생산이 절정인 2020년 봄 코로나19 대유행이 대구와 청도, 경산을 덮쳐 한재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 농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을 때 대구에서 한재 미나리 삼합 승차 구매(드라이브 스루) 행사를 열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행사 때 청도군과 농민들은 청도에서 생산하는 미나리와 삼겹살, 버섯, 감막걸리로 구성한 세트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당시 준비했던 1천세트는 짧은 시간에 모두 팔려 나갔다.
이처럼 한재 미나리 인기는 봄마다 인기를 더해가자 청도군은 한재 미나리를 일 년 내내 재배하는 방법을 찾는 한편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 상품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한재 미나리 등 청도의 대표적 농산물과 지역 대표 관광지를 연계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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