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聖水)가 '콸콸'…프랑스에 이런 '치유' 도시가?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4.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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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성모 마리아 발현지, 루르드
매년 500만명 방문…피레네 거점 도시로도 탁월
루르드 도시 전경ⓒ News1 윤슬빈 기자

(루르드=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프랑스 남서부의 한 작은 도시에 인구 대비 333배 많은 관광객이 '치유'를 위해 방문한다.

루르드는 인구 1만5000명인 작은 소도시로 매해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래 지방의 '읍'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이다. 이 작은 도시는 파리 다음으로 호텔이 많다.

루르드(Lourdes)는 다소 낯선 도시인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종교색이 강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과달루페, 포르투갈 파티마와 함께 세계 3대 성모 발현지로 꼽히는 '가톨릭 성지'다.

하지만 종교를 넘어 루르드는 치유와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프랑스 고속철도인 떼제베(TGV)를 타고 파리에서 6시간, 툴루즈에서 2시간이 걸리는 루르드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지 순례를 위해 또 하나는 스페인과 국경의 '피레네 산맥'을 가기 전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관광객의 목적은 성지 순례다. 정확히 말하면 '성수'(聖水)를 받으러 오는 목적이다. 스페인과 인접해 있어 산티아고와 함께 연계한 성지 순례 여행으로도 찾아온다.

'성지'라는 특성 덕분인지 도시 자체는 매우 깔끔하다. 길거리 흡연이 아무렇지 않은 프랑스에서 흔한 꽁초를 보기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 간판이나, 천막 위를 열심히 닦고 있는 상점 주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내 대부분 상점이 성물 전문 판매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ews1 윤슬빈 기자
한 수녀가 성물을 구경하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성물을 구경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 기적의 '물' 받으러 간다

주요 온라인 포털에 '루르드'를 검색하면 성물 전문 숍에서 올린 '루르드 성수' 판매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수 뿐 아니라 성수가 든 묵주, 성수로 만든 사탕 등 판매하는 품목은 다양하다. 성수는 100ml에 5만5000원, 0.5리터에 1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루르드의 성수는 성모 마리아의 선물이다. 1858년 2월11일부터 7월16일까지 성모 마리아는 18차례에 걸쳐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나타난다.

소녀에게 성모 마리아는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하면서 발현 장소인 동굴에서 "성당을 지을 것"과 루르드 샘물의 원천을 가리키며 그 물을 마시며 씻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성모 마리아는 발현 때마다 여러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전해지는데 평화와 수호를 전한 다른 3대 발현지와 다르게 루르드에선 '치유'를 전했다.

발현 이후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고 몸을 씻을 뒤 병이 나았다고 전해지면서 조용한 작은 마을에 수많은 이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루르드 성모 마리아 수도원ⓒ News1 윤슬빈 기자

◇ 동굴에 벽을 대고 소망을 빌어 본다 성모 마리아가 소녀에게 성당을 지으라는 곳엔 1858년 '루르드 성모 마리아 수도원'이 지어진다. 약 52만㎡(15만7300평) 부지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마사비엘르 동굴'을 비롯해 22개의 예배 장소와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 병원이 있다.

매년 1만회 미사를 거행한다. 각국에서 찾아오는 순례객에 미사를 지원하는 언어는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신부와 성지 순례를 찾은 이들을 위해 미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준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바사비엘 동굴ⓒ News1 윤슬빈 기자
성수를 받는 사람들ⓒ News1 윤슬빈 기자
성수는 물병만 있으면 무료로 누구나 받을 수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단연 '바사비엘 동굴'이다. 동굴 위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그 자리에 성모상이 있고 그 아래로 순례자와 몸이 불편해 보이는 이들이 벽에 손을 대고 동굴을 돈다.

절실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도 저절로 동굴로 몸이 향한다. '남다른 기운이 있는 걸까' 호기심에 동굴 벽에 손을 대면 차가운 물이 주르룩 손등을 타고 내려온다. 잠시 올렸는데도 손이 흥건히 젖을 정도이다. 신비로운 현상에 마음 속 작은 소망을 빌어보게 된다.

동굴 안쪽엔 침수처가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막아뒀다.

성수는 동굴 양옆에서 받을 수 있다. 마치 약수터처럼 되어 있는데 물이 콸콸 쏟아진다. 물병만 있으면 성수를 받는 것은 무료다. 물병은 루르드 시내나 성당 내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묵주 기도의 성모 대성당의 황금관ⓒ News1 윤슬빈 기자

◇ 다른 매력의 세 개의 성당

'루르드 성모 마리아 수도원'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워낙 넓고 건물도 다양하고 화려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성당은 세 개로 나뉜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 때 지으라고 요청해 1886년에 지어진 무염시태 대성당'과 '묵주기도의 성모 대성당', '성 비오 10세 대성당이 있다.

'무염시태 대성당'은 신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높이 70m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탑이 인상적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성모 발현 장면이 그려져 있다.

'묵주 기도의 성모 대성당'은 1889년 순례자가 너무 많이 몰리자 새로 지은 성당이다. 기둥이 없어 한 번에 20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로마노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로 황금 관이 얹어진 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모와 만났다고 전해진 베르나데트ⓒ News1 윤슬빈 기자
성 비오 10세 지하 대성당ⓒ News1 윤슬빈 기자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성 비오 10세 지하 대성당'은 두 성당과 떨어져 있다. 성당 안내 센터 지하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이 나타난다. 건물이 마치 뒤집힌 선체처럼 생겼으며 최대 수용 인원이 2만500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성당 양옆으론 수많은 성인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걸어 두었다. 끝자락엔 테레사 수녀(1910-1997) 현수막도 볼 수 있다.

피에르 사쥬(Pierre Sajous)가 운영하는 '루르드에 있는 햄의 집' ⓒ News1
루르드에 있는 햄의 집에서 운영하는 시식 프로그램ⓒ News1 윤슬빈 기자

◇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루르드에 수많은 호텔이 있지만, 최신식 특급 호텔 시설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러한 호텔들은 루르드 도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

대신 19세기 화려한 벨 에포크 양식의 호텔에서 시간여행을 떠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시설이 깔끔한 호텔을 원한다면 1박에 20만원 초반이면 충분하다.

루르드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한 피자, 버거 가게는 물론, 아시아 전문 음식점들도 꽤 있다. 또 스페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타파스, 파예야 등을 판매하는 레스토랑도 많다.

프랑스식으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샤퀴테리'(염장·훈연·건조 등 다양한 조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육가공품)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1987년 역사의 햄 장인 기업인 피에르 사쥬(Pierre Sajous)가 운영하는 '루르드에 있는 햄의 집'(La Maison du jambon à Lourdes)에선 샤퀴테리 와인과 맛보는 시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천문관, 픽 뒤 미디ⓒ News1 윤슬빈 기자

◇ 1~2시간 이동하면 대자연 절경

일반 여행객에게 루르드는 단지 지루한 '성지 순례지'로 여겨질 수 있는데 피레네 산맥을 가기 위한 거점 도시로 두면 얘기는 달라진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자리한 피레네 산맥은 약 430km 길이에 이르며 하얀 설경이 펼쳐지며 스위스 알프스처럼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에게 꼭 추천하는 여행지이다.

루르드에서 피레네 산맥의 대표 명소들은 차로 1~2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문관으로 소름 돋는 전망을 자랑하는 '픽 뒤 미디'(해발 3000m)도 1시간 정도 걸린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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