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지켜라”…中 재해권 장악, K방산이 막을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둘러싸인 남중국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남아 군비 수요 증가는 이곳을 주요 수출 대상으로 여기는 K방산에 좋은 기회다.
예전에 동남아로 수출된 국산 무기들이 남중국해 일대에서 열린 연합훈련에서 포착됐는데, 이같은 모습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K방산이 동남아 역내 민주주의 국가의 병기창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유럽과 튀르키예 등이 동남아 방산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K방산 경쟁력 강화, 정부와 군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함에 전투기까지…동남아서 활약하는 K방산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행동에 나선 중국에 맞선 미국과 일본, 필리핀 ‘밀착’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첫 3자 정상회의를 개최한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감행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3국은 지난 7일 실시한 미국·일본·필리핀·호주 4국의 남중국해 합동 군사훈련처럼 해상 합동 훈련과 연습 등을 통해 3국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3국의 해상 합동훈련이 실시되면, 한국산 함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호세 리잘급은 한국 해군의 인천급·대구급 호위함 건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수출형 함정이다. 전투체계(한화시스템), 대함미사일과 대잠어뢰(LIG넥스원) 등은 국산 장비가 탑재됐다.
함대공미사일 수직발사기(VLS), 예인소나, 근접방어체계(CIWS)는 나중에 장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레이더도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독일산 TRS-3D를 채택했고, 대공미사일은 미스트랄을 함정용으로 개조한 것을 사용한다. 최고속도도 인천급보다 5노트 느린 25노트다.
2척 도입비로 4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책정된 상황에선 무장과 센서를 간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과거엔 현대적인 함정이 없어서 림팩에서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호세 리잘급 호위함 취역 후에는 미국, 일본 등과의 훈련이 가능해졌다.
필리핀은 호세 리잘급보다 우수한 3100t급 호위함 2척 건조 계약을 HD현대중공업과 지난 2021년 맺었다.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경비에 쓸 원해경비함(OPV) 6척도 주문했다.
3100t급 호위함은 최대 속도는 25노트, VLS 16셀, 대함미사일 8기, 35㎜ CIWS, 76㎜ 주포,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장착한다.
2400t급 원해경비함은 함포 위주의 무장을 갖추지만 해상작전헬기 탑재가 가능하며, 1만㎞에 달하는 항속거리를 지닌다. 오랜 시간 해상경비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 함정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동을 견제하며 미국·일본·호주 등과의 연합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외에도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에 투입할 수 있는 함정 중에는 한국산 군함이 적지 않다.
스웨덴 사브 AESA 레이더와 미국 레이시온 ESSM 함대공미사일 32발을 탑재, 해상 대공감시 및 전투능력을 지녔다. 태국 해군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함정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도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에서 만든 나가파사급 잠수함 3척과 상륙함을 운용한다.
호주는 약 10조원을 들여 호위함 11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한국 대구급과 충남급, 일본 모가미급, 스페인 알파 3000(ALFA 3000), 독일 메코(MEKO) A-200이 후보기종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을 하면서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호주는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중시한다.
한국의 호위함은 북한과의 해전을 고려해 개발된 만큼 고강도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중국 견제에 나설 호주에는 긍정적 요소라는 평가다.
◆정책적 지원 강화하되 ‘분쟁 부추기기’ 피해야
동남아 역내의 군비증강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군사적 팽창에 따른 결과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의 EEZ와 영해를 침범해서 분쟁이 발생하면, 해군이 우선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해군력 현대화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군부가 영토 방위 대신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해군보단 지상군이 우선이었다. 민주화 이후엔 경제 발전과 테러 대응이 급선무였다.
그 사이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중국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핵추진잠수함이 안전하게 움직일 바다가 필요하다.
남중국해에서 주권과 영해를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저강도 분쟁 대응이 가능하며, 미국·일본·호주 등과 연합훈련 및 순찰을 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해군력을 갖추는 것으로 절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동남아 국가들이 원하는 해군력은 미국처럼 첨단 기술로 무장한 것이 아니다. 대양 항해가 가능한 정도로 크고, 기술적 신뢰성을 갖춘 적당한 수준의 함정이다.
이같은 군함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과거에는 유럽에 한정됐다. 동남아 해군은 유럽에서 함정을 도입했다.
이같은 추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영국, 이탈리아와 신형 호위함 건조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와는 잠수함 도입을 추진중이다. 말레이시아도 유럽에서 함정을 많이 도입했다.
한국도 유럽처럼 동남아 국가가 원하는 함정을 공급할 역량이 충분하다.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신속한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하다. 가성비도 유럽보다 우수하다. 한국 해군에 다양한 종류의 군함을 공급하면서 얻은 경험도 풍부하다.
미국, 중국과 달리 역내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는 국제적 지위, 제국주의 시절 ‘악연’에서 자유로운 과거사,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등도 동남아 함정 시장에서 한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소다.
이같은 부분을 극대화하려면 정부와 군의 지원이 필수다. 단순히 무기만 파는 것에서 벗어나 동남아 해군과의 합동훈련, 장교 위탁교육,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군사력 현대화와 방위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에 군함을 판매하고 국방교류협력을 강화하면 해당 국가들의 해양 주권 수호에 도움이 된다. 이를 지원하는 것은 충분한 명분이 있는 일이다.
글로벌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해적·밀수·테러 등 해양범죄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등 대북 제재 위반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같은 부분을 앞세운다면 중국의 반발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방산업계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함정에 탑재되는 구성품의 수출 비중을 늘려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전투체계나 어뢰, 대함미사일은 일부 수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센서 등은 국산 대신 유럽 제품이 탑재되고 있다.
수출 대상국의 요구성능과 예산에 부합하는 장비를 갖추고, 이를 신속하게 제공해 체계통합하는 능력을 조선소와 각 구성품 제작업체들이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정과 더불어 전투체계, 레이더, 광학장비, 음파탐지기 등 관련 장비까지 패키지로 판매하고 유지보수도 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유럽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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