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마다 같이 잔 남자를 죽였다…영화보다 지독한 자연계 현실[생색(生色)]
[생색-25] 금발에 파란 눈,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꿈에 그리던 이성과의 하룻밤으로 그는 흥분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갈망하던 그녀와 몸을 섞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추며 침대로 이동합니다.
황홀경에 젖어있을 때 쯤, 어쩐지 그녀의 표정에서 수상함이 느껴집니다. 나체의 무방비 상태인 남자를 먹잇감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되는 법. 완벽한 이상형이었던 여자는 송곳으로 남자를 찔러 살해합니다.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최악의 불행이었습니다.
쾌락 속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잔인한 설정이지만,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 또한 왕왕 일어납니다. 죽이는 것을 넘어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까지 합니다. 교미가 과정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마귀와 거미가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짝짓기가 그토록 그로테스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다 한번 목격되는 장면이 아닙니다. 사마귀의 경우 교미의 절반 정도에서 ‘동족 포식’이 발생합니다. 암컷이 교미 도중 수컷의 머리를 씹어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치명적이라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섭니다. 짝짓기 한번 하려다 암컷의 먹잇감이 돼야 한다니. 이런 비극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눈에 생경하게 보이는 모든 것에 자연의 섭리가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동족 포식에서도 ‘번식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생명과학과 아릭 버닝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미 중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은 더 건강하고 많은 알을 낳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사마귀처럼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피사우라 미라빌리스라는 거미의 수컷은 교미에 앞서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요. ‘죽은 척’을 하는 겁니다.
짝을 찾는다는 것, 새끼를 낳는다는 것.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참 어려운 일입니다. 따뜻한 봄날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보다 서로를 보듬는 관계를 만드시기를.
ㅇ사마귀와 거미는 암컷이 교미 중인 수컷을 잡아먹는다.
ㅇ학자들은 이같은 ‘성적 동족포식’이 새로 태어난 새끼들의 영양을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ㅇ수컷 거미 일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생식기를 자르고 도망가기도 한다.(사랑 참 어렵다)
<참고 문헌>
ㅇ아릭 W.버닝 외, 동물 행동 84권 3호, 엘스비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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