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KC가 5225억원 투자한 ‘실리콘 러버 소켓’ 세계 1위 ISC… 김정렬 대표 “세계 1위 CPU 회사에 양산용 제품 공급”
“CPU, GPU 등 시스템 반도체 소켓 비중 확대”
SKC 계열 엔펄스·앱솔릭스와 협력 강화
D램보다 제조 공정 까다로운 HBM용 소켓도 준비
차량용 반도체 소켓 시장 진입 계획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 소켓’ 수요가 늘고 있다. 반도체 설계·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생산 수율(정상품 비율)이 저하되자, 실제 반도체를 탑재한 것과 동일한 환경에서 성능을 반복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가 최종 출하되기 전 패키징이 끝난 칩과 이를 테스트하는 검사장비 사이에 들어간다. 인텔, 엔비디아, AMD 등은 연구개발(R&D) 단계부터 테스트 소켓을 투입하고 있다.
ISC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고무 소재 테스트 소켓인 ‘실리콘 러버 소켓’을 양산했다. 현재 세계 실리콘 러버 소켓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이 고객사다. 실리콘 러버 소켓은 다수의 핀을 소켓 바닥에 장치한 기존 포고 소켓보다 실리콘 접촉 면적이 넓어 전류 손실이 적고, 전류 통과 속도가 빠르다. 검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렬(63) ISC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으로 시작, 북미 AI 가속기 고객사의 R&D용 테스트 소켓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회사에 R&D용뿐 아니라 대량 생산용 소켓 공급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ISC가 인수한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소켓 2위 기업 일본 JMT 대표를 역임했고, 지난 2018년부터 ISC를 이끌고 있다
SKC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후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225억원을 들여 ISC 지분 45%를 인수했다. ISC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SK엔펄스와 유리기판을 개발하는 앱솔릭스 등 SKC 자회사와 협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SK엔펄스 테스트 장비에 ISC의 소켓을 장착해 고객한테 납품하는 형태, 앱솔릭스가 유리기판을 출하할 때 ISC의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ISC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침체로 매출액이 1402억원으로 전년(1789억원) 대비 22% 가까이 하락했다. 김 대표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들로부터 R&D용 소켓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R&D 단계에서 ISC 테스트 소켓 성능의 신뢰를 확보하고, 관련 제품이 대량 생산될 때 투입되는 테스트 소켓 공급도 확대돼 올해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10월 SKC가 인수했는데, 사업 전략은.
“ISC가 실리콘 러버 소켓 시장 점유율이 높고, 원천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SKC가 인수했다. SKC에는 SK엔펄스와 앱솔릭스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계열사들이 있어 후공정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SK엔펄스, 앱솔릭스와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SK엔펄스는 테스트 장비를 생산하고, 앱솔릭스는 플라스틱 계열 소재 반도체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기판을 개발하고 있다. SK엔펄스의 테스트 장비에 ISC 소켓을 탑재해 납품하는 형태, 앱솔릭스가 유리기판을 출하할 때 ISC의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SKC와 협력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올해 실적은.
“지난해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 물량이 줄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테스트 소켓 시장의 특성상 전방 산업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 소켓이 최종 제품의 테스트 단계에 투입되다 보니 전방 고객사와 비교할 때 2~3개월가량 늦은 회복세를 보여 실적 개선이 더디다.
지난해부터 생성형 AI 구동에 필요한 CPU, GPU를 제조하는 고객사로부터 R&D용 수주 물량이 늘었다. 글로벌 CPU 1위 고객사에는 양산용 물량의 공급을 시작했다. 현재 공급 중인 R&D용 수요도 상당해 한 기업당 1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양산용 물량은 R&D용보다 2~3배 더 많이 공급하는 만큼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의 65% 수준이었던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90% 가까이로 끌어올려 올해 매출 2500억원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미 고객사에 양산용 소켓 공급을 시작했는데, 추가 공급 상황은.
“CPU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고객사에 양산용 소켓을 공급한 만큼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AI 가속기 고객사 양산 물량 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산용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많이 요구되고 그만큼 시간도 소요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용 제품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서도 수익성 등 테스트 소켓 도입 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기술 난도가 높아 테스트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고 본다. R&D 단계에서 차세대 HBM 성능을 검증해야 하고, 대량 생산 과정에서는 수율을 안정화해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소켓이 필요할 수 있다. HBM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설계와 공정이 첨단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 AI 가속기 외에 준비 중인 사업 분야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북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계가 포진한 유럽 시장에 대한 공략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작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고객사뿐만 아니라 유럽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되며, 기존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탑재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차량 안전성과 직결되는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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