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룟값 상승에 "가격인상 불가피"…식품물가 더 오르나
오렌지주스·설탕 고공행진…에너지 비용·환율 상승도 '부담'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코코아, 설탕 등 원재료 가격과 각종 비용이 오르면서 식품·외식업체들이 제품과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설지 시선이 쏠린다.
특히 지난 10일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초콜릿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1일(현지시간) 코코아 선물 가격은 t(톤)당 1만373달러(약 1천430만원)로, 일주일 만에 9.6%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해 54.18% 비싸다. 이는 연초와 비교하면 142.6% 오른 것이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10월 월별 평균 t당 2천∼3천달러대에서 지난해 11월 4천달러대로 올라섰다. 이후 점차 올라 지난 1일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었고 지난 10일 1만411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코코아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지난해 가뭄 등 기후 재해와 병충해 확산으로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설탕 가격도 강세를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45.0으로, 전년(114.5) 대비 26.6% 올랐다.
올해 1분기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36.7로 작년 평균보다 5.7% 내렸으나 2022년 대비 19.4% 높다.
실제 제과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한 관계자는 "원가 부담을 감내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마른김 가격도 상승세인 만큼 조미김 제품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T 조사에 따르면 마른김 도매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1속(100장)에 1만4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5%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57.6% 비싸다.
김은 수출 수요 증가에 따라 도매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7억9천만달러(약 1조1천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 1∼2월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28.1% 증가했다.
원룟값 상승에 따라 조미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양반김' 제조업체 동원F&B 관계자는 "현재 김 원초 가격이 폭등해 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도 수년 새 급등해 이를 희석해 만드는 오렌지주스 제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주스 제조업체에서는 "너무 힘들다", "팔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은 2021년 파운드당 1.23달러에서 2022년 1.75달러로 뛰었고 지난해 3.01달러로 오른 뒤 올해는 현재까지 평균 3.5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가격은 2022년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정부는 식품·외식업계에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연일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이 원룟값이 계속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국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어 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식품·외식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시기의 차이일 뿐 올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업계 대출이자 부담은 최악 수준이고, 소비는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는 데다 배달 수수료 부담까지 겹쳐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총선 후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총선 후 정부 압박이 완화되면서 프랜차이즈 등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들 업체가 메뉴나 제품을 '리뉴얼'(새단장)하거나 제품명을 바꾸며 '꼼수 인상'을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단체는 식품·외식업계 가격 조정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아직 각종 원재료 가격 상승을 근거로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할 품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격 인상의 적정성을 판단해 근거가 미약하고 적절하지 않다면 즉각 행동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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