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통업계 흔드는 ‘중국 포비아’, 이대로면 공멸한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2024. 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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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통업계에 '중국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면서다.

이대로면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에 장악될 날이 머지않았다.

연간이나 분기 단위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구조로는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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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통업계에 ‘중국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면서다. 이들 중국 기업은 모두 시가총액 기준으로 네이버, 카카오의 8~10배에 달한다.

이들이 초저가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체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 쇼핑 앱이 국내 신선 식품과 한국 상품 역직구(해외 수출)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국내 기업은 중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처지다.

상황이 이 지경이지만, 국내 정치권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유통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범야권이 해당 개정안에 부정적이어서다.

2013년 국회를 통과한 유통법은 유통업계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오전 12시(자정)~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했고, 매월 이틀은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법의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중앙대 허성윤·진현정 연구팀(경제학) 논문에 따르면, 롯데마트 서울 도봉점과 구로점이 각각 2020년 11월과 12월 문을 닫자 반경 2㎞ 주변 상권의 매출액이 5.3% 감소했다. 주중과 주말 매출액은 각각 5.0%, 7.8% 줄었다.

이 법 탓에 대형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비(非) 영업시간에 배송하지도 못한다.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가 전체 유통 매출의 50.5%를 차지해 오프라인을 앞지른 현재(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동향’), 유통법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란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규제의 결과는 참담하다. 국내 유통 대기업 7곳 중 5곳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놓였다.

이는 곧바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 3곳(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작년 6월말 기준 직원 수는 약 5만4000명으로 4년 전(2019년 6월말)보다 약 7000명 줄었다. 국내 1위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뒤 1993년 창립 후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대로면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에 장악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와 국회, 기업, 소상공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형마트가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증명하지 못한 유통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동시에 진정으로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현재 유통업 정책으로는 대기업은 도태하고, 전통 시장은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유통 대기업도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 시스템이 시급하다. 연간이나 분기 단위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구조로는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 생물처럼 바뀌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곧바로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최선두에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가 거론된다. 모두 유통업이 본업인 회사들이다. 글로벌 기업이 소비자 편익 극대화에 AI 기술을 동원하는 판국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정치적 표 계산에 갇혀 대기업도 골목상권도 모두 공멸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식의 해법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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