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동급생 살해에 중국 ‘발칵’… 방치된 아이들, 악마가 되다 [심층기획-中 고속성장의 그림자 ‘유수아동’]
돈 갈취 후 둔기 살해·암매장 ‘계획범죄’
“잔혹한 수법에 경악… 엄벌해야” 목소리
중학생 3명 기소 승인… 개정법 첫 적용
피해자·가해자 모두 ‘유수아동’
부모는 도시로 돈벌이… 아이 홀로 생활
정서적 악영향·집단 괴롭힘 대상 우려
후커우制 병폐… 도·농 불균형 해소 시급
美선 형사책임 연령 주마다 달라
‘드라이브 총격’ 16세에 50년 중형
泰선 ‘쇼핑몰 총기난사’ 14세 석방
지난달 벌어진 13세 중학생들의 ‘동급생 살해 후 암매장 사건’이 중국을 뒤흔들었다.
2021년 중국이 일부 강력범죄에 대해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로 하향한 뒤 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됐으며, 소년범죄에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위한 정의’ 역시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들 모두 몇 년째 부모 없이 생활해온 ‘유수아동’(留守兒童·남겨진 아이들)으로 밝혀지면서 중국 고속성장 이면의 유수아동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허베이성 한단시 페이샹구의 13세 중학생 왕모군은 지난달 10일 오후 1시쯤 가족들에게 동급생들과 놀러 간다고 알리고 나간 뒤 연락이 끊어졌다. 왕군은 이튿날 마을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왕군의 동급생 3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 발생 사흘 후인 13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0일 왕군을 불러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191위안(약 3만5700원)을 빼앗고 둔기로 구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비닐하우스에 묻었다. 이들은 사건 하루 전 비닐하우스에 56㎝ 깊이의 구덩이를 미리 파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용의자들에게 계획 살인 혐의를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0년 형법 개정 역시 형사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죄 때문이었다. 2019년 다롄에서 13세 소년이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형사 책임 연령 하향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이 소년은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교화와 재교육’ 처분만 받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학교폭력(학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일부 학교에서는 학폭을 막기 위한 ‘욕설 감지기’를 시범 설치했다. 중국 광명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젠성, 지린성, 저장성 등 여러 지역의 학교에 스마트 음성 탐지기가 설치됐다. 이 탐지기는 화장실과 같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못하는 보안 사각지대에 장착됐으며, 욕이나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감지되면 교사의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경보 메시지가 뜬다.
유수아동은 부모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느라 떨어져 살며 조부모 등 친척의 손에 맡겨진 아이를 말한다. 부모의 돌봄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오랜 시간 방치돼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래 집단의 괴롭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수아동은 1980년대부터 급증한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 자녀들이 농촌에 남겨지면서 생겨났다. 이들은 다른 호적지로 이동을 제한하는 중국 후커우(호적) 제도 때문에 도시에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어 고향에 남겨진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과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에는 6693만명의 유수아동이 있었고, 이 중 4177만명이 농촌 지역에 거주했다. 지난해 중국 교육부는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유수아동만도 1555만6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훈훈한 소식은 잠시였다. 그를 위해 모인 성금 중 가족에게 전달된 것은 극히 일부였고, 기숙학교는 1주일 만에 왕푸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왕푸만의 아버지를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도 “지금은 일자리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눈송이 소년의 가족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의 실직뿐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2016년 ‘유수아동 보호 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유수아동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유수아동의 각종 문제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흉포화하는 소년범죄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형사 미성년자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년범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태국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14세 소년에 대한 석방이 결정됐다. 이 소년은 지난해 10월 방콕 시내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체포돼 구금됐다. 태국은 형사 책임 연령이 15세이기 때문에 소년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총기 난사로 중국인 관광객 등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지에서는 형사 책임 연령을 15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넘어섰지만 미국에서는 16세 소년에 징역 50년의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 카운티 법원은 ‘드라이브 총격’ 사건을 일으킨 노아 네이(16)에게 징역 50년 이상을 선고했다. 그는 2022년 4월 지역 갱단 입단 신고식으로 훔친 차를 몰고 달리면서 사람을 향해 총을 쐈다. 이 과정에서 집 마당에서 놀고 있던 5세 소녀가 목과 어깨에 총을 맞아 생명이 위독했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네이의 변호인은 아버지가 감옥을 들락거리는 등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도 형사 책임 연령 하향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을 강력하게 형사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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