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정치 테마주 몰려든 불나방 개미…총선 끝 폭락에 울상
정치 테마주, 금감원 특별단속 실시에도 기승
총선 끝나자 일제히 폭락…안철수 관련주만↑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제 22대 총선인 4 ·10 총선이 마무리 됐습니다. 여당 참패와 야권 대승으로 끝나면서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만큼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총선만큼 열기를 띤 게 있죠. 바로 정치 테마주입니다. 총선이 막을 내리자 지난해부터 증시를 들었다 놨던 한 정치 테마주도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총선에서 패한 국민의힘 뿐 아니라 야권 주자와 엮인 테마주도 주르륵 미끄러졌는데요, 기업 가치가 아닌 단순 기대감·정계 인맥으로 급등세를 연출한 만큼 하락세도 가팔랐습니다. 불나방처럼 달려든 개미들도 허우적거리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사업체수 기준)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도 이번 선거를 주목했습니다.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안의 향방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중처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는데, 21대 국회에서 유예안 통과가 무산돼 헌법소원이 청구됐죠. 22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뒤섞입니다. 앞서 중처법 유예안에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한 만큼 험로가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는 벚꽃 시즌에 치러졌는데요, 봄꽃이 흩날리며 여행수요도 늘었죠?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가는 여행객도 많을 텐데 티웨이항공이 안전 규정을 지킨 기장에게 오히려 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입니다.
우선, 기승을 부리던 정치 테마주가 선거 이후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이야기 나눠보시죠.
◆ 한동훈·이재명·조국 테마주 '와르르'…안철수 배팅 개미만 '활짝'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렁였던 정치 테마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실적이나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쏠림 현상으로 인해 급등세를 연출했던 테마주들은 동력이 소진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총선 후유증'을 제대로 앓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총선과 관련해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종목들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과 엮인 종목들이 대표적이죠. 해당 종목들은 총선 결과가 전해진 이후 급락세를 연출했습니다.
우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표 테마주인 대상홀딩스부터 볼까요. 대상홀딩스는 임세령 부회장의 연인인 배우 이정재가 지난해 한 위원장과 만찬을 함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동훈 관련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종목입니다. 이정재는 한 전 위원장과 고등학교 동문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상홀딩스우는 전 거래일 대비 3.22% 하락한 1만384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상홀딩스우는 전날인 11일에는 무려 24.22%나 빠지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대상홀딩스 역시 전날 3.88% 빠진 데 이어 이날도 0.24% 내리며 거래를 끝냈습니다.
-한동훈 테마주로 묶인 디티앤씨알오는 어떤가요?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콜롬비아 로스쿨 동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등세를 연출했던 종목인데요.
-디티앤씨알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디티앤씨알오는 11일 12.77%, 12일 3.31% 떨어지며 장을 마쳤습니다.
덕성과 덕성우는 12일 각각 3.61%, 3.73% 내리며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들 회사도 대표와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됐습니다.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으니 한동훈 테마주가 떨어진 건 이해됩니다만, 이재명 테마주도 떨어졌나요?
-네, 정치테마주는 선거 기간 주가가 오르다가 선거가 끝나면 급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히는 동신건설은 지난 1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22.78% 하락한 2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의 고향인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에 속하게 됐습니다. 다만, 동신건설은 12일에는 4.25% 상승 마감하며 하락분을 소폭 회복했습니다.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양금속은 지난 11일 3.5% 상승하며 개장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1.03%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대양금속은 12일에도 0.21% 떨어졌습니다. 대양금속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 선임한 대변인이 과거 사외이사로 있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입니다.
에이텍의 경우에도 11일에는 19.12% 하락하며 거래를 끝냈으나, 12일에는 11.22% 오르며 장을 종료했습니다. 에이텍은 최대주주인 신승영씨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최고경영자(CEO) 포럼 운영위원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총선 전후 주가가 크게 들썩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조국 대표의 테마주인 화천기계와 대영포장도 급락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화천기계는 11일 11.57%, 12일 4.72% 하락하며 장을 마쳤습니다. 대영포장은 11일 5.52% 하락 마감했으나 12일에는 2.66% 상승하며 거래를 종료했습니다.
화천기계는 전직 감사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대영포장은 사외이사가 조 대표와 같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까닭으로 테마주에 합류했습니다.
-여타 정치 테마주들이 선거일 이후 일제히 급락하는 경향을 보인 것과 달리 안철수 테마주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면서요?
-네, 안철수 후보가 창업한 회사인 안랩은 지난 11일 1.89%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중에는 12.42% 뛰기도 했죠. 안랩은 12일에도 6.79%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요 임원이 안랩 출신으로 알려져 안철수 테마주로 엮인 써니전자는 11일 4.04% 오른 데 이어 12일에는 21.87%나 치솟으며 장을 마쳤습니다. 써니전자는 과거 "안철수 전 대표와 업무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으나, 안철수라는 후광을 입고 승승장구하는 분위깁니다.
-안철수 테마주만 다른 테마주들과 상이한 흐름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시장에서는 여당의 총선 참패에 따라 한동훈 전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비윤계'로 분류된 안철수 당선인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책·공약과 관련된 기업이 아닌 정치인의 학연·지연·혈연과 관련된 기업이 몸값을 올리는 형태는 반복돼 왔는데요, 금융감독원도 선거철만 되면 기업 실적과 무관한 테마주 급등현 상에 투자 위험 경고를 보내왔습니다. 안철수 테마주라고 해서 계속해 오르긴 어렵겠죠? 선거철마다 기승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접근이 아닌, 적절한 기업가치 평가를 토대로 한 투자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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