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열 번째 봄’, 전국서 ‘안전 사회’ 부르짖었다

조유빈 기자 2024. 4. 1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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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16기억문화제에 5000여 명 모여…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촉구
‘세월호 세대’들 추모도 이어져…이태원 참사·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도 연대
인천·광주·대구·전주 등서 추모 행사…“같은 비극 되풀이되지 않아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울 도심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태원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해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의 참사가 없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원도 이어졌다.

"참사 책임 외면한다면 20년 지나도 고통"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등은 13일 오후 5시30분께부터 서울 중구 시청 앞 도로에서 4·16 기억문화제를 열었다.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잊은 적 없다'는 주제로 열린 이 문화제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경찰 추산 3000여 명)이 참가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문화제 사회는 변영주 영화감독이 맡았다. 가수 루시드폴이 《아직, 있다》를 불렀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라》 등 노래 합창도 진행됐다. 참석한 시민들은 "안전할 권리 보장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 "세월호·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진상 규명이 다 되지 않았고, 책임자는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고, 안전한 사회는 전혀 되지 않았다"며 "언제든 또다시 국민이 내일의 희생자 또는 유가족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하고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안전한 사회를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10년간 부족한 결과였지만, 앞으로 10년 후로도 우리가 모여 있다는 희망으로 함께 하자"고 말했다.

이 문화제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참석해 안전한 사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외면한다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시민들은 계속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과 함께 22대 국회가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가는지 지켜보고 감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에서 참패한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생명 안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심판과 경고를 뼛속 깊이 새기라"며 생명안전기본법,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앞서 열린 문화제 사전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 나비를 어깨에 붙였다. 이제는 20대 중·후반이 된 이른바 '세월호 세대'들도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이태원·오송 참사 유가족들도 부스에서 각각 보라색과 연두색 리본을 나누면서 슬픔을 공유했다.

시민들도 대자보에 '국민의 안전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살아 남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등 문구를 적으면서 안전한 사회를 함께 기원했다.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 ⓒ연합뉴스
세월호 10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각지에서 추모 움직임…"안전한 대한민국 꿈꾼다"

전국 곳곳에서도 '안전 사회'를 기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는 광주청소년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청소년들의 추모곡이 광장을 메웠고, 행사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세월호 참사 기억' 문구가 적힌 노란 풍선을 들고 추모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시민들의 바람도 행사장에 적혔다.

대구시민위원회와 대구4·16연대도 대구 동성로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고, 《2·18이 4·16에게》 합창 공연도 이어졌다. 시민대회에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 운동도 진행됐다. 오는 16일에는 동성로에 추모 분향소가 운영된다.

세월호참사 10주기 전북 준비위원회가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연 추모 문화제에서도 추가 진상조사 실시,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책임자 엄벌 및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는 '열 번째 봄, 내일을 위한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세월호가 출항했던 인천에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45명 중 44명의 유골과 영정이 안치된 희생자 추모관이 있다. 추모 문화제에는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참석해 안전 사회를 기원하며 연대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관장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아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여기 모여 2014년 4월16일을 기억하는 여러분이 있어, 함께 만드는 안전한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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