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삭혀야 하는 스트레스가"…지독한 슬럼프, 그럼에도 '캡틴'은 포기할 수 없었다

김민경 기자 2024. 4. 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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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양석환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주장 양석환이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를 이끌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슬럼프가 와서 솔직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주장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프로야구에서 대한민국에 10명 박에 없는 거니까. 영광스러운 자리잖아요."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33)이 드디어 기나긴 부진에 늪에서 벗어난 뒤 활짝 웃었다. 양석환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간 시즌 2차전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5-2 승리에 기여했다.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양석환은 지난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12일 잠실 LG전까지 6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면서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볼넷만 6개를 얻어 출루했다.

결국 양석환은 나머지 공부를 선택했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마치고 야간 특타를 진행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 보려 노력했다. 김한수, 이영수 타격코치와 고토 고지 작전코치까지 타격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모두 양석환을 지켜보며 빨리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그런 양석환을 지켜보며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 것 같다. 부진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나 모든 것을 좀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팀 성적도 지금 저조한 데다가 본인이 이제 너무 좋은 타구가 안 나오고, 어제(11일 한화전) 사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병살타가 나오지 않았나. 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스스로 빨리 슬럼프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노력한 만큼 지금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랐다.

양석환은 첫 타석부터 장타를 치면서 부활 조짐을 보였다. 2회말 1사 후 강승호가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양석환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쳐 1사 2, 3루 기회로 연결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매우 긍정적인 타구였다.

두산이 추가점이 필요한 순간 양석환의 방망이가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2-1로 쫓기고 맞이한 5회말. 1사 1, 3루 기회에서 강승호가 좌월 적시 2루타를 쳐 3-1로 거리를 벌린 뒤였다. 양석환은 좌익수 왼쪽 깊은 곳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 5-1까지 거리를 벌렸다. 양석환은 2루까지 슬라이딩해서 들어간 뒤 이제야 마음이 좀 후련해졌는지 안타 세리머니를 하며 그 순간을 즐겼다.

양석환은 경기 뒤 "시작부터 슬럼프가 와서 솔직히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아무리 좋은 시즌도 한두 번은 슬럼프가 있기 마련인데, 시작부터 와서 조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이 김한수 타격코치와 야간 특타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팀의 리더인 주장을 맡고 있었기에 자신의 부진이 팀에 더 미안했다. 양석환은 "쉽지 않은 자리인 것은 맞다. (오)지환이 형도 (LG 주장으로) 작년에 우승을 이끌었지만, 그만큼 힘들고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주장을 해보면서 어떤 점에서 저렇게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서 내려놓았을까 이런 생각도 조금 공감이 되고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솔직한 말로 개인 성적이 좋아야 팀도 보이고, 더 앞에 나서서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일단 개인 성적이 안 좋다 보면 사실 경기장에서 주장을 하게 되면 개인 성적이 조금 안 좋아도 티를 많이 못 낸다. 표현도 못하고 혼자 삭혀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많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석환은 주장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첫해라 주장이 그렇게 막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개인 성적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그래도 일단 야구장에서 개인 성적에 대한 티는 많이 안 내려고 노력했다. 주장을 하지 말 걸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사실 언제 주장을 해보겠나. 프로야구에서 대한민국에 10명밖에 없는 거니까. 그것도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타도 하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양석환은 "사실 어제(12일)까지는 개인적으로 느낌이 진짜 안 좋았는데, 이영수 코치님이랑 타격 코치님들이랑 많은 대화를 하면서 오늘 경기 전에 이제 롱티 훈련을 하는데 뭔가 느낌이 딱 하나 왔다. 내가 원래 작년에도 안 좋았을 때 뭔가 내가 느끼기에 조금 긍정적인 느낌이 왔을 때 조금 반등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 느낌이 조금 왔었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오늘부터 올라간다' 이랬는데 다행히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부진한 동안에도 팀 사기를 위해 직접 준비한 안타 세리머니를 처음 해보기도 했다. 'V7'을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세리머니인데, 양석환은 "사실 세리머니를 만들고 계속 못 했고 또 홈에서 너무 계속 못 해서 사실 내가 만들었지만 좀 기분이 그랬다. 그래도 기분 좋게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양석환은 이날 승리와 관련해 "아무래도 계속 팀적으로 초반에 조금 안 풀리는 모습들이 있어서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다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히 라이벌전인 LG전이었고, 어제 또 역전패로 졌기 때문에 더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선수들이 했던 것 같다"며 본인의 슬럼프와 연패를 동시에 끊은 만족감을 표현했다.

▲ 양석환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두산 베어스
▲ V7 세리머니를 한 양석환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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