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낸 기후 소송 승소에···전문가들 “온 세계에 영향 미칠 것”

강한들 기자 2024. 4. 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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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지난 9일 시민들이 유럽인권재판소 밖에서 ‘기후 소송’ 판결을 앞두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통신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낸 ‘기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재판의 영향이 세계 각지의 기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현지 시간) “유럽인권재판소의 ‘기념비적 판결’로 세계 수많은 법원에서 기후소송 사건이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스위스 정부가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게 ‘인권 침해’라고 본 바 있다. ECHR이 ‘유럽인권협약’과 기후변화를 엮어서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에 기반해 만들어진 국제 재판소로, 유럽 50여개국 중 4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소송은 스위스 환경단체인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회원들이 2020년 11월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냈다. 이들은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데도 실패해 노인 여성의 삶과 생활 조건,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ECHR은 “과학적 지식에 의해 확인된 강력한 기후변화의 상황을 인지한다면,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 기관인 재판소가 무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부족하다고 봤다. “기후 변화 대응의 실패와 부작위로 인한 결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도 봤다.

ECHR은 스위스의 부족한 기후위기 대응 때문에 노인 여성의 ‘사생활 및 가족생활에 대한 권리’가 침해됐다고 봤다. 스위스가 온실가스 감축의 과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기후변화의 심각한 악영향으로부터 ‘개인의 삶의 질과 건강’을 보호하기에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고도 봤다. 이에 따라 스위스는 과학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

‘아기 기후 소송단’ 어린이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2년 6월 13일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앞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13일 가디언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국제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 전역의 기후 소송은 물론 세계 곳곳의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정 자체는 스위스에만 적용되지만 기후위기 대응 목표가 부족한 다른 국가들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키 라이쉬 국제환경법센터(CIEL) 기후에너지국장은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같은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필요한 기후 대응과 국가의 정책의 격차가 있는 곳들에서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행동하거나, 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봤다.

그린피스 노르웨이는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북극에서 화석연료 추출 확대를 막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노르웨이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기온에 큰 영향을 받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어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유럽인권협약의 ‘사생활 및 가족생활에 대한 권리’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오는 23일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한국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린다. 2020년 3월 청소년 원고 19명이 제기한 ‘청소년 기후소송’, 2021년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30명의 시민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2022년 5월 5세 미만의 어린아이가 참여한 ‘아기 기후 소송’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 50명이 제기한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이 병합돼 진행될 예정이다.

4건의 기후 소송들은 모두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되고, 국가가 목표한 2030년과 그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와 시민의 건강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윤세종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플랜1.5 대표)는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통하여 현재의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특히 미래세대의 생명과 기본권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희망하며 기대한다”고 말했다.


☞ 평균 연령 63세 시민들이 인권위 찾은 까닭…“기후위기가 노년층 생명권 위협”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061537001


☞ [보통의 기후위기⑦] 내 아이의 이름으로 '아기 기후 소송'에 나서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05181442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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