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담긴 부러진 ‘와룡매’…복원작업 시동
[앵커]
일본이 우리나라로 후계목을 반환한 와룡매란 매실 나무가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에 있던 이 나무에 얽힌 사연이 참으로 많은데요.
최근 이 나무의 복원작업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김현경 앵커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고등학굡니다.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여느 매실 나무와 달리 가지가 누운듯한 모습입니다.
용이 엎드린 모양 같다고 해 와룡매라고 부릅니다.
이 나무엔 엄청난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1593년 임진왜란으로 조선에 출병한 다테 마사무네는 창덕궁에서 자라고 있던 와룡매를 무단 반출해간 걸로 전해집니다.
[구자정/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일본 내에서 전해지는 얘기로 창덕궁 안에 있던 매화 두 그루. 용 같은 무늬의 매화 두 그루가 너무 예뻐서 그걸 파갔다. 그것도 들어올 때 파간 게 아니라 퇴각할 때 파갔다. 이렇게 얘기가 나와있더라고요."]
이 나무는 1609년 일본 미야기현의 서암사에 옮겨 심은 걸로 전해집니다.
4백년이 지난 지금 사찰의 유명한 나무가 됐습니다.
1990년대 이 사연이 알려진 뒤 후계목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 순국 89주기였던 1999년 와룡매는 4백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와룡매는 국내에서 홍매화 2그루, 백매화 3그루가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이 학교에 와룡매가 심어진 건 일본의 한 고등학교와 맺은 자매결연이 발단이 됐습니다.
[김종운/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장 : "센다이시에 있는 가미농고와 1992년에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자매결연을 맺는 과정에서 매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환수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즉 이 매실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에 있던 와룡매의 후손인 셈입니다.
그런데 국내에 남아있던 홍매화 두 그루중 안중근 기념관에 있던 한 그루가 지난해 강풍에 부러졌습니다.
회생이 불가능한 걸로 판명났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환수한 와룡매 가운데 홍매화는 이제 이 한그루만 남았습니다.복원이 시급해졌습니다.
산림당국이 복원에 착수했습니다.
일반 매실나무의 뿌리에 홍매화의 가지를 붙여 자라게 하는 게 그 시작입니다.
[구자정/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상처를 내고 상처 부위에 와룡매를 집어넣어서 그것들이 자연적으로 붙을 때까지 좀 기다리는 그런 과정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는 와룡매.
산림당국은 홍매화 가지에서 육성한 후계목을 내년 안중근 기념관에 현장 복원할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현경 기자 (hkkim@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