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닮은 佛 로마네 콩티 와인의 세계 [명욱의 술 인문학]

2024. 4. 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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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실질적으로 끝난 지금 투자 및 자산 시장의 가치는 상당히 하락했다. 금리의 인상 및 불경기의 여파도 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이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색다른 시장이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니 경기 부양책을 펼치면서 자산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전 세계의 백만장자가 1년 만에 520만명이 늘기도 했으며, 금리와 은행 문턱을 낮추면서 금융·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 역시 최고지수인 3220을 기록했으며,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슬로건까지 붙기도 했다.
비트코인처럼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 ‘로마네 콩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니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사진은 로마네 콩티 로고. 로마네 콩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팬데믹이 끝난 지금 부풀었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 등을 추진하다 보니 코스피 지수는 현재 2700대에 머무르고 있다. 부동산 역시 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자산 시장 거품이 빠지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최고가를 찍은 자산이 등장하는데,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렇게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아진 이유는 기존 화폐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화폐는 국가와 은행이 헤게모니를 가진 상황.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때 우리의 화폐는 잘못하면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화폐의 발행으로 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반면 비트코인은 개인 간 거래를 장부(블록)에 기입함으로써 화폐 가치를 보존하고 탈중앙화를 추진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원하면 발행이 가능한 지금 화폐와 달리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비트코인과 닮은 와인이 있는데 바로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최고가 와인인 ‘로마네 콩티’다. 이 와인의 가격은 10여년 전에는 1000만원, 현재는 4000만원에 육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랑스 부르고뉴는 와이너리에 등급을 주는 보르도 지역과 달리 밭에 특급 명칭이 붙는다. 와이너리에 등급을 주면 이론적으로 해당 와이너리는 인수 및 합병, 그리고 영역 확대를 통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밭에 등급을 받는 경우는 다르다. 정확하게 면적이 정해져 있으며, 그 이상으로 확대 및 확장이 불가능하다. 로마네 콩티가 나오는 포도밭 면적은 1.8㏊. 축구장 2개 규모도 안 된다. 이렇다 보니 매년 만들 수 있는 수량도 6000병으로 한정돼 있다. 6000병밖에 ‘안’ 만드는 것이 아닌 6000병밖에 ‘못’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재배된 포도여야만 로마네 콩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늘어난 백만장자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니 가격은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처럼 발행량(?)이 물리적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한국에서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수입차는 부의 상징이었다. 2002년만 하더라도 수입차 시장이 불과 1.3%에 불과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전체 차량 시장의 20%. 20년 만에 20배가 성장하다 보니 예전만큼의 존재감은 없다. 수입차 자체의 질이 떨어진 것이 아닌 너무 흔히 접하다 보니 예전만 한 가치는 없어 보이는 것이다. 수요만큼 공급이 있으면 더 이상은 그것은 럭셔리(명품)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넬의 창시자 코코 샤넬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럭셔리의 반대는 천박함이라고. 최근에는 다른 말이 나오고 있다. 럭셔리의 반대는 흔함이라고. 이 흔함을 철저히 배제한 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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