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는 시민들… '4·16 기억문화제'

최문혁 기자 2024. 4. 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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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10주기를 맞았다. 사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쓰인 시민들의 글. /사진=최문혁 기자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당시 배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타고 있었고 많은 학생들은 구조되지 못한 채 가족의 품을 떠났다.

올해는 세월호가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날로부터 1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머니S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4·16 기억문화제'를 찾았다. 시청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은 어느 때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당연히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은 이들은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영상 20도가 넘는 화창한 날씨처럼 사람들은 따뜻한 웃음으로 행사를 맞이했다.


1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4·16 기억문화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16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기념사진을 남기는 시민들. /사진=최문혁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4·16연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주관해 세월호 참사 10주기 3일 전인 13일 '4·16 기억문화제'를 진행했다. 4·16 기억문화제는 13일 오후 3시30분 '세월호 기억공간' 건너편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거리에서 사전 부스행사로 시작됐다.

사전 부스행사에는 '4·16 기억상점' '4·16 목공방' '4·16 엄마공방' 등을 비롯해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부스 등도 마련됐다. 기후 위기, 환경보호와 관련된 부스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는 추모제가 아닌 기억문화제의 형식으로 열렸다.

행사장은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행사장에 들어선 시민들은 모두 노란 나비 모양 종이를 달고 있었다. 행사 부스에서는 노란 리본이나 배지, 관련 책자를 나눠주는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관련 진상규명에 대한 소식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Q&A' 부스에서는 OX퀴즈를 통해 진상규명과 관련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행사장을 구경하던 한 외국인 부부는 "여행하러 왔다"며 "서울을 관광하던 중 사람이 많길래 들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스 등에 적힌 문구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번역해가며 보고 있다"면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행사 부스에는 외국인들을 도울 수 있는 외국어 책자나 통역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바라보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시민들에게 노란 리본, 바람개비 등을 나눠줬다. 사진은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행사장으로 가는 한 가족. /사진=최문혁 기자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찾았다.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아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한 부부는 "우리 아이가 열 살"이라며 "세월호 참사 10주기라는 소식을 듣고 아이와 함께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직접 노란 리본을 만드는 등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스들이 많았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오후 4시20분쯤 '나의 노란 리본' 오픈 마이크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참사 당시 나이인 18세가 된 한 여학생은 마이크를 들고 "누군가의 아들, 딸, 언니, 형, 동생이었던 단원고 희생자분들께 전한다"며 "3일 후면 저는 당신이 살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정말 원하는 것을 위해 해외로 나가 살 수도 있다"면서 "어떤 삶을 살더라도 당신들의 죽음을, 그날의 바다를,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에서 끝내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부디 어디인지 모를 그곳에서 더 이상 추운 바다가 아니라 따뜻한 봄을 만끽하며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남은 진상규명과 관련 일들은 여기 있는 우리가 하겠다"고 다짐하며 발언을 마쳤다.
이날 사전 행사에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사진은 노란 리본 만들기를 하고 있는 한 시민. /사진=최문혁 기자
주말 오후 데이트를 겸해 행사장을 찾은 젊은 커플들도 적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김모씨(남·26세)는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 뉴스를 봤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함께 보던 선생님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이곳으로 데이트를 왔다고 밝혔다.

오후 5시30분부터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본행사가 시작됐다. 수많은 시민들이 시청광장 옆에 설치된 무대를 향해서 모여 앉았다. 이날 본행사에서는 변영주 영화감독, 루시드폴 등이 무대에 올랐다. '가만히 있으라' '네버엔딩스토리' 등이 흘러나오자 몇몇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정확히 10년째다. 16일에는 단원구청 일대에 추모 경보 사이렌이 울릴 예정이다. 안산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이 자리에는 4160명의 시민이 추모곡 등을 합창한다. 이밖에 참사 10주기를 맞은 올해 유가족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이 개봉하는 등 추모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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