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에게 혼나는 학생들 구경하며 밥 먹는 재미?...“국물맛이 압권” [특슐랭 in 뉴욕]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4. 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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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The Bocuse Restaurant, CIA
가격: 3코스 메뉴 29달러
주소: 1946 Campus Drive, Hyde Park, NY 12538
CIA 보쿠스식당 연어 요리
뉴욕의 유명한 식당 쉐프들은 어디에서 요리를 배웠을까? 답은 다양하다. 요리학교를 졸업한 쉐프도 있고, 요리학교 졸업장 없이 자신만의 경험과 창의성을 통해 성공한 쉐프도 있다.

만일 요리학교를 졸업했다면 어떤 곳이 많을까?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쉽게 짐작가는 곳은 있다. 바로 뉴욕 소재 미국 최고 요리학교로 불리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다. 맨해튼에서 최고의 한식당으로 이름을 올린 쉐프들 중 상당수가 졸업한 곳이 CIA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는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와 세계 1~2위를 다투는 요리학교다.

CIA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식당을 영업한다. 이 식당은 돈을 벌기 보다는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하에 실습을 하기 위한 곳이다. 실습이라고 하지만 세계 최고의 쉐프 양성을 목표로 하는 요리학교 답게 음식의 맛과 질, 서비스 등은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CIA에는 미국식, 프랑스식, 이태리식 등 총 3개의 식당이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프랑스 식당, 더 부쿠스 레스토랑(The Bocuse Restaurant)을 소개한다. 모두 CIA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필수다. 보통 2~3주 예약이 차있기도 하고 방학 때는 문을 열지 않는다. CIA는 빵집(Apple Pie Bakery Cafe)도 있는데, 이곳은 예약없이 그냥 가도 된다.

미국 최고 요리학교 CIA 전경
CIA는 뉴욕시가 아닌 뉴욕주 북쪽 업스테이트에 위치해 있어서 시간을 감안해서 가야 한다.

CIA에 들어서면 여러 건물들이 있는 게 규모가 상당하다. 식당은 모두 하나의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딱 학교처럼 생겼다. 건물에 들어서면 서적 등 기념품 샵을 지나 보쿠스가 왼쪽 맨 안쪽에 있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탄산수와 비탄산수 중 어떤 물을 마실 거냐고 물어본다. 탄산수라고 말을 하니 테이블 위에 있던 작은 와인잔은 치워가고 물잔을 가지고와 탄산수를 따라준다. 비탄산수를 주문하면 작은 와인잔에 물을 따라준다.

물도 종류에 따라 잔을 달리 쓰는 것이다! 보통 뉴욕에서 탄산수와 비탄산수 중 골라서 주문을 하면 유료지만 이곳은 물이 공짜다.

보쿠스 식당 메뉴
메뉴는 보통 3코스로 구성된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중에서 하나씩 고르는 방식이다. 가격은 시즌별로 조금씩 달라진다. 올 봄엔 조금 할인된 29달러. 메뉴 아래에는 이번 메뉴를 총괄하는 교수의 이름들이 적혀 있다.

식전빵이 나올 때, 버터 위에 소금이 올라간 게 특이했다. 소금이 들어가니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했다.

이곳은 시그니처 메뉴가 있기 보다는 각각의 메뉴가 교과서적으로 이상적인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애피타이저는 ‘벨기에 맥주로 만든 홍합(Moules A La Biere Belge)’, 메인은 ‘오늘의 생선(Le Poisson du Marche)’, 디저트는 ‘오렌지 타르트(Tarte Au Citron)’를 선택했다.

벨기에 맥주로 만든 홍합
홍합은 국물맛이 압권이었다. 마늘, 양파, 베이컨에 벨기에 밀맥주가 들어가 있어 진하면서 향긋했다. 미세하지만 알코올을 느낄 수 있다. 홍합은 먹는 순간 너무나 부드러워 입안에서 녹는 수준이었다.

오늘의 생선은 연어였다. 잘 구어진 연어 옆에 시금치를 깔고 위에 노랑, 분홍, 보라 등의 색을 입힌 동그란 감자가 그림 같았다. 연어는 겉이 바삭하게 구워졌고 안은 적절히 부드러웠다. 시금치는 지금까지 먹어본 중 가장 부드러웠다.

오렌지 타르트
디저트 오렌지 타르트는 동그란 자몽맛 샤베트와 탑처럼 쌓아올린 레몬·오렌지맛 커드(진득한 잼 형태)다. 이 역시 그림같았고 산뜻한 단 맛으로 메인의 텁텁함을 사라지게 했다.

이곳의 재미는 실습식당 답게 통창 너머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하에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떨 때는 교수한테 혼나서 어쩔줄 모르는 모습까지 보인다. 요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서버들도 모두 학생이다. CIA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이 실습식당에서 쉐프 역할과 서버 역할을 모두 거쳐야 한다.

뉴욕은 전세계 음식을 모아놓은 요식계의 멜팅팟(melting pot)입니다. 맛집도 그만큼 많습니다. 어디서 먹으면 좋을까 고민할 수 밖에 없죠. 그 고민을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로 해소해드립니다. 직접 내돈내산으로 먹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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