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영업비밀 다 알고있네”…한국인도 아닌데 K메이크업 통달한 그녀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4.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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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싱가포르에 알리는
현지 크리에이터 ‘버니스’
싱가포르 10대들 사이에서 바이럴 됐던 ‘원영(아이브) 메이크업 따라하기’ 콘텐츠. [버니스 틱톡 캡처]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평가가 국가 이미지·브랜드로 직결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숏폼에 익숙한 해외의 잘파 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의 경우 인플루언서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판단에 참고하는 경향이 짙다. 그들이 인스타나 틱톡에서 지나쳐간 영상 하나로 한국을 방문할지 말지가 정해지는 셈이다.

이미 기업 사이드에서는 해외 시장 공략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수가 됐다. 한국산 제품이 의도치 않게 인플루언서를 통해 입소문을 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코트라는 지난해 해외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와 함께 한국 소비재 수출기업의 우수 제품을 소개하는 쇼츠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 전병과자, 숙취 해소제, 마스크팩 등을 홍보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거대 소셜 미디어로 전 세계가 연결되자 펼쳐지는 일이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가 만난 싱가포르 크리에이터 ‘버니스’는 K뷰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인플루언서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소셜 미디어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K뷰티와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를 메인으로 올리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현지에서 ‘K뷰티 머스트(Must) 구매 아이템’ ‘메이크업 튜토리얼’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케이팝 메이크업 재해석’ ‘SM아이돌 립스틱 추천템’과 같은 콘텐츠는 수십 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바이럴이 됐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친 그는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겟레디윗미’ 등의 브이로그(일기형식영상)를 한국어로 올려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를 만나 싱가포르 현지에서 ‘K팝,K뷰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와 ‘K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저는 싱가포르 소재 한국 뷰티 회사 럭셔리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당시엔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싱가포르에서도 생소했는데요. 저는 기회가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상사들에게 플랫폼을 활용해보자고 설득을 했고,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제가 콘텐츠 제작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개인 계정도 시작했고요.

그렇게 올린 영상 중 몇개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일 때문에 시작했지만 저와 정말 잘 맞아서, 한국의 뷰티, 여행, 패션에 대한 열정을 (SNS에) 쏟아붓게 됐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크리에이터가 됐나요.

=바로 직장을 그만두진 않았어요. 당시엔 개인 계정에서 제가 좋아하는 한류 트렌드 등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때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SNS에서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죠. 그리고 올해 1월부터 회사에서 나와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뷰티와 관련한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싱가포르 크리에이터 ‘버니스’의 틱톡 계정. [틱톡 캡처]
-어떤 콘텐츠가 바이럴이 됐나요.

=대부분 한국 스킨케어 제품과 관련한 콘텐츠였습니다. ‘2주만에 피부를 개선한 방법’ 등의 영상이 반응이 좋았어요. 저가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리뷰도 했고요.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은 싱가포르에서 그닥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 제가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저는 뷰티 트렌드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때로는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기회(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들이 사용할만한 제품을 찾아서 추천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요즘엔 여행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1월에 한국에서 열흘 정도 머물면서 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여행에서 무엇을 했나요.

=적어도 1~2개씩 포스팅을 올렸어요. 꽤 많았죠. 한국에서 쇼핑도 했고, 맛집도 가보고 신문사에도 가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 자주 방문하는 편입니다.

최근 웨딩사진을 제주도에서 찍었어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4개월동안 산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서울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은 서울은 또 다른 변화가 있었습니다. 요즘 서울은 정말 많이 현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서울은 훨씬 더 수용적이 됐습니다. 3~4개 언어로 된 메뉴판을 볼수도 있고요. 패션, 뷰티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한국 브랜드가 생겨났습니다.

서울에 올 때마다 다양한것을 볼 수 있고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느낄 수 있어요. 또 항상 새로운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죠. 매우 큰 장점입니다.

K팝 업은 K뷰티, 트렌드 세터로
-한국에서 유행하는 뷰티 트렌드가 싱가포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트렌드가 싱가포르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엔 제품 질감 측면에서 새로운 뷰티 트렌드가 있어요. 제품의 텍스처가 흥미롭고 입술과 볼에 모두 잘 어울리는 제품이 많죠. 뉴진스와 같은 K팝 아이돌이 사용하는 제품이 싱가포르에서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한국 뷰티 제품이 싱가포르에서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메이크업 브랜드 ‘3대장’이 있어요. 서양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제품도 간편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요. 무엇보다 K팝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소구되고 있어요.

실제로 K팝 아이돌들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브랜드들이 점점 더 인기를 얻으면서 구매 의향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싱가포르는 정말 덥기 때문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두꺼운 화장을 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파운데이션을 안 바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죠. 이런 측면에서 한국 제품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케이팝 아이돌 뷰티 제품 (한국 아이돌이 사용하거나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분석한 콘텐츠. [버니스 틱톡 캡처]
-K팝 아이돌의 메이크업 분석 콘텐츠도 반응이 좋다고요.

=K팝 아이돌의 메이크업은 항상 새롭고 반짝입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내재하고 있어요.

어떤 면에선 좀 까다롭기도 하죠. 그래서 일상에서 좀 더 웨어러블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현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일 K팝 아이돌처럼 보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분명한 것은 K팝 아이돌의 뷰티 트렌드가 싱가포르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K팝 아이돌 메이크업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해보고, 저에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저에겐 매우 실험적인 일이었어요.

싱가포르 사람들이 K팝을 사랑하는 이유
-실제로 K팝은 싱가포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나요.

=한국 셀럽이 싱가포르에 방문할때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뉴진스가 싱가포르 나이키 스토어에 왔을 때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K팝 아이돌의 인기가 높아요. 물론 10대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슈퍼주니어콘서트를 보러 갔을 땐 정말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어요.

-K팝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음악입니다. 귀에 쏙쏙 들어와요. 서양 음악과도 많이 달라요. K팝 음악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함께 춤추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특히 안무가 매우 멋진 경우가 많아서, 음악은 물론 의상, 메이크업 등 모든 것을 함 배우면서 춤을 출 수 있죠.

최근엔 K팝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죠.

서구 아이돌은 신비로운 이미지를 추구한다면 K팝 아티스트는 팬과 더 소통하고 실제로 우리가 그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K팝이 숏폼 등 SNS 덕을 보고 있을까요.

=K팝 스타들은 분명 틱톡에서 바이럴 되는 콘텐츠 입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고요. 때로는 팬이 직접 관련 콘텐츠를 게시하는 경우도 있어요. 팬들이 K팝 아이돌이 웃는 모습을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 식이죠.

싱가포르 소셜 미디어 트렌드
-최근 싱가포르 소셜 미디어에선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많나요.

=최근의 트렌드는 ‘공감’입니다. 마치 친구와 ‘페이스타임’ 하는 것처럼 대중과 교감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콘텐츠요.

시청자는 크리에이터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때 더 신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개인적으로 제 채널이 커뮤니티처럼 성장할 수 있길 바라고 있고요.

-팬들과 다이렉트메시지(DM)로 소통을 즐긴다고요.

=가끔은 모든 DM에 답장을 보내기도 해요. 10대 청소년들이 피부에 불안감을 느껴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DM에 최선을 다해 답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피부 트러블, 여드름 같은 고민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럴 경우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거나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제 경우엔 실제 콘텐츠(동영상)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있어요.

-부정적인 댓글엔 어떻게 반응하나요.

=제 구독자들은 여전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부정적인 댓글은 별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가끔은 건설적인 비판도 있는데, 제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환영하는 편입니다.

싱가포르의 경우엔 크리에이터들끼리 서로의 영상에 좋아요나 댓글을 달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저는 이게 싱가포르가 가진 매우 멋진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숏폼vs 롱폼, 광고vs오가닉, 크리에이터의 고민
-브랜디드(광고) 콘텐츠와 일반(오가닉) 콘텐츠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나요.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해서 꼭 콘텐츠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잇는 콘텐츠를 만들고 채널의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브랜드 콘텐츠와 오가닉 콘텐츠의 간격을 두고, 포스팅합니다. 또 월간 결산에서 오가닉 콘텐츠가 브랜드 콘텐츠보다 더 많은지를 항상 확인합니다.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최소 70%가 오가닉 콘텐츠입니다.

-숏폼의 경우 적절한 콘텐츠 양이 있을까요?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너무 많은 콘텐츠를 올리기가 어려워요. 간혹 소셜 미디어 코치가 하루에 2~3개씩 포스팅을 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한국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는 싱가포르 크리에이터 ‘버니스’. [싱가포르=황순민 기자]
-콘텐츠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궁금합니다.

=보통 15분 정도면 촬영이 끝납니다. 편집을 하고 바로 게시를 할 때도 있지만, 그날 게시하지 않고 초안을 저장만 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겟 레디 윗미’ 콘텐츠 같은 경우엔 촬영에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편집에 30분 정도 걸립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같은 경우엔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있을 수 있어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죠.

-숏폼과 롱폼 중 어디에 더 힘을 주고 있나요.

=저는 숏폼 콘텐츠에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롱폼 형식의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긴 형식의 콘텐츠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드는 긴 형식의 콘텐츠는 2분 30초에서 3분 정도 사이입니다.

이럴 경우엔 제 추천에 대해 깊이 있게 얘기하거나 제가 느낀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주제를 다뤄요. 언젠가는 10분 정도 길이의 롱폼 콘텐츠도 제작해볼 생각이 있습니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K팝 아이돌 뮤직비디오, 메이크업 영상, 일상 등 다양한 한국 관련 콘텐츠를 봅니다.

제 일상 생활과도 많이 닮아있는 지점인데요.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에서 가장 가치를 느낄지, 나중에 참고하도록 영상을 저장하고 싶을지 늘 시청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루 루틴이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준비를 시작합니다. 촬영할 내용을 계획하고 실행하죠. 보통 점심 시간 전에는 고객이나 연락이 오는 사람들에게 답장을 보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정직한 조언을 해주고, 그들이 제 견해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한테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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