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참패’ 윤 정부 부동산정책 어쩌나…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착수 등 난항 전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4. 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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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입법’ 전제 1·10 대책
야권 협조 있어야 추진력 확보
주택 등록임대사업 복원도 쉽지 않을듯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연초 ‘1·1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재개발 노후도 요건(30년 넘은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67%에서 6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세부 시행 과제가 77개 달하는 데다가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짜인 대책인 만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여당이 총선에 참패했다고 부동산 정책 추진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3일 정계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 여파로 2022년 하반기부터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월 3일 시행령만 개정해도 되는 전매제한 완화와 법 개정이 필요한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패키지로 묶어 발표했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발의 이후 1년 가까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정부 발표를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여야는 4·10 총선 50일을 앞두고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데 전격 합의하며 더 이상의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22대 국회 출범 이후 법 제·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곳곳에서 혼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재개발 정책이다. 국토교통부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핵심 부동산 정책 중 법안 처리가 필요한 것은 대부분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것들이다.

아파트를 준공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면 서울 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6년까지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개발 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노후도 요건 완화 역시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탄력 vs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추가 완화 난항
주택 등록임대사업 관련 규제 완화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야당이 반대해온 정책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용 85㎡ 이하 아파트의 10년 장기 임대 등록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나아가 정부는 1·10 대책에서 발표한 6년 단기 등록임대 부활과 20년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위해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오는 5월로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역시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다만 국토부는 법안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춰 인위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입법이 따르지 않는다면 지난 2년간 반복한 ‘임시처방’을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야당이 추진해온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등의 개정은 단기간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추가 완화 또는 폐지를 위한 법안과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국회 통과가 필요한 우선순위로 꼽았다.

박 장관은 “재건축을 시장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기에 법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소야대 정치환경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장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금 집값은 정치적 지형보다는 고금리, 경기둔화 우려, 지방 미분양 적체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추진한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는 법 개정 없이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4개밖에 없는 데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춰 보유세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다. 보유세 과세의 기준인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정책의 경우 각론은 다를 수 있으나 야당도 방향성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연착륙’을 위해선 야당이 마냥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만은 없는 시급한 상황이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총선이 부동산 경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적어졌다”며 “현재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와 PF 위기 등 금융 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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