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 끝에 아내 살해한 60대男…‘심신미약’ 주장 안 통했다

2심 재판부, 원심의 ‘징역 20년형’ 선고 유지
‘정신과 진료’ 주장에 “본인 가정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 것”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말다툼을 벌이던 중 아내를 살해한 60대 남성이 재판에서 정신과 진료를 이유로 '심신미약' 주장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설범식·이상주·이원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A씨는 작년 5월 아내인 B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격분해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의처증이 있던 그는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이 남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가, 사건 당일 아내 B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했다고 여겨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혐의를 인정한 A씨 재판의 쟁점은 심신미약 인정 여부로 모였다. 심신미약이란, 심신 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로, 형사 재판 과정에서 형량 감경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범행 약 4개월 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 재판부 모두 A씨에 대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특히 2심 재판부는 A씨의 정신과 진료 관련 주장에 대해 "정신과 치료는 의처증에 따른 가정폭력이 심해지자 B씨 등 가족이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검사 받아 이뤄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오래전부터 가족 부양을 소홀히 하면서 가정폭력을 행사하다가 별거하게 됐는데, B씨가 다시 집으로 받아들이자마자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B씨의 죽음으로 가정 내에 큰 충격과 상실감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