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떡볶이·우영우 김밥… 전 세계 K푸드 ‘홀릭’ [이슈 속으로]
홍대 앞 편의점 ‘라면 라이브러리’ 북적
외국인 고객이 65%… K라면 성지 부상
치킨·김치·김·소스 등도 입맛 사로잡아
‘3조 클럽’ 합류 식품사들 갈수록 증가
하버드 “K컬처 통해 ‘짜파구리’ 등 알려
국경 넘나드는 문화 현상 돼” 분석 내놔
라면 라이브러리는 지난해 12월4일 개점하자마자 ‘K라면 성지’로 부상했다.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관광객들을 사로잡은 덕이다. 라면 구매 고객 중 외국인이 65%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라면 판매량은 5만여개로, 일반 점포의 약 20배 수준이다. 일반 편의점과는 달리 73%에 달하는 고객들이 컵라면 대신 봉지라면을 구매한다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한강 라면’처럼 즉석 조리기로 끓여 먹는 한국식 라면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 고객이 많아진 영향이다. 라면 라이브러리가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자 CU는 지난 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2호점(CU 잠실선착장점)을 열었다.
◆K푸드 인기에 지난해 수출 ‘역대 최대’
‘K컬처’ 열풍으로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인 ‘K푸드’가 글로벌 위상을 높이면서 한류의 주역이 됐다. 식품업계는 K푸드 영토를 확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22억7000만달러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15년 61억달러 수준이었던 K푸드 수출 규모는 2019년 70억3000만달러로 4년 만에 17%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다시 4년 만인 지난해 91억6000만달러를 달성했다. 2015년 대비 1.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K푸드 인기를 업고 식품사들은 속속 ‘3조 클럽’에 합류하고 있다. 3조원은 식품업계에서 대형화의 척도로 여겨진다. 2021년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3개사에서 2022년 7개사로 늘어난 뒤로 지난해부터 롯데칠성음료와 CJ프레시웨이도 합류하며 9곳으로 늘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대한통운 제외)을 거두었는데, 이 중 식품사업은 매출 11조2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해외 식품사업의 분기 매출이 국내를 처음으로 앞섰다.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등 7대 글로벌전략제품을 앞세워 핵심 권역인 북미를 포함, 유럽과 호주 등에서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불닭볶음면’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삼양식품은 이미 해외 매출이 내수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삼양의 해외 매출은 2019년 50%를 돌파한 이후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에도 809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불닭볶음면은 강한 매운맛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으며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미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며 K푸드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K푸드가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자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 1월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연구 사례로 선정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한국 식품 기업을 연구 사례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례집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진과 연구원이 집필했으며, CJ제일제당 사례를 중심으로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분석해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공개했다.
연구진은 K푸드 기반에 K컬처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영화 ‘기생충’이 ‘짜파구리’를 알렸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로 냉동 김밥이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구진은 교재를 통해 “한국의 K컬처는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현상’이 됐다. K푸드는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함께 조명받게 됐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덕분에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며 “CJ제일제당은 이곳(K팝 콘서트장)에 부스를 차려놓고 만두와 떡볶이 같은 K푸드를 팔았고, 음식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줄을 섰다. K컬처가 지닌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그동안 정부 주도로 수출을 해왔던 것과 달리 K컬처가 먼저 확산한 후 산업 전체 규모가 커진 이례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한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을 K푸드 영토 확장 주요 비결로 꼽았다. 이들은 “CJ제일제당은 해외 시장의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글로벌 전략 제품을 선정했다. 특히 만두의 경우엔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고수를 넣은 제품을 만들거나, 한입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앞다퉈 국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류 열풍을 기반 삼아 한계에 다다른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BBQ 해외매장 수는 압도적인 1위다. 캐나다, 파나마, 코스타리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등 57개국에서 7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에선 50개 주 중 절반이 넘는 27개 주에서 250여개 매장이 있다. BBQ는 지난달에도 베트남 하노이 ‘BBQ 박당점’,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BBQ 모멘텀 린도라점’ 등 신규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교촌치킨은 2007년 미국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한 뒤 7개국(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대만)에서 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년 내 500개 해외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교촌치킨의 해외 시장 전략은 해당 국가의 특성과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메뉴에 있다. 윙(날개) 부위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윙 메뉴를 주로 선보이거나 닭고기와 밥을 함께 먹는 동남아의 식문화에 맞춘 현지화 메뉴를 통해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3사 중 해외 진출이 다소 늦었던 bhc치킨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태국 5개 국가에서 총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대만 1호점을 론칭한다. bhc치킨 역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K푸드를 즐기는 외식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치킨 업계가 앞다퉈 해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동남아를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K팝을 비롯한 한류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뿐더러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의 경우 이슬람교로 인해 돼지고기와 소고기 대신 닭고기가 더 많이 소비된다는 점도 치킨 업계에서는 매력적인 공략 요인으로 꼽힌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박지윤 최동석 향한 이혼변호사의 일침…"정신 차리세요"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