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예측조사 희비 교차... JTBC 자축, 지상파3사는 사과
출구조사 불가, 전화조사로만 보정 한계
개표가 진행되고 늦은 새벽까지도 1%p 이내 표차의 초박빙 접전 지역구가 유독 많았던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 총선이 치러진 지난 10일 저녁 10시 무렵, 전국 개표율이 20%대로 넘어서며 여야 의석수와 경합 지역 당선자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와 예측조사를 각각 발표했던 지상파 3사와 JTBC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었다.
11일 최종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총 175석,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비례대표 포함 108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실제 수치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공동 출구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각 3사는 자체적으로 여야 의석수 예측치를 냈는데 민주당·민주연합 합산 의석수를 KBS는 178~196석으로, MBC는 184~197석, SBS도 183~197석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 의석수 범위는 87~105석(KBS), 85~99석(MBC), 85~100석(SBS)으로 예측했다. 실제 개표 수치가 예측 범위를 모두 빗나간 것이다. 지역구 별 득표 1위 후보자를 예측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발표가 실제 결과가 다른 경우도 일부 있었다. 지역구 254개 중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당선자가 다른 지역구는 18곳이었다.
반면 투표 마감과 동시에 예측조사를 발표한 JTBC는 여야 의석수 범위를 보다 정확히 예측해 주목 받았다. JTBC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산해 민주당이 168~193석, 국민의힘이 87~111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JTBC는 의석수뿐만 아니라 격전지 30곳 당선자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동작 을에선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성남 분당 갑에선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던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달리 JTBC는 실제 당선자인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확률을 더 높게 집계하기도 했다.
JTBC의 이번 예측조사는 선거기간 별도로 실시한 심층 여론조사 결과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모든 여론조사 관련 데이터, 과거 선거 결과 데이터 등을 메타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전수 분석한 결과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까지 단독 출구조사를 진행했던 JTBC가 이번 총선에서 예측조사만을 시도한 건 “총선 출구조사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사업비는 72억 8000만원이 투입됐다.
정강현 JTBC 총선기획단 팀장은 “총선의 경우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간 출구조사를 여러 번 경험하며 예측치를 내는 통계 기법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6개월 간 회의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검증해보는 과정을 계속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결과 충분히 예측조사로 할 수 있겠다고 판단이 들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예측이 빗나간 주요 이유로는 역대 총선 최고치였던 사전투표율(31.3%)이 꼽힌다.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고, 전화조사로만 결과를 보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강현 팀장은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최고 수치로 올라갔는데 그만큼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는 거다. 출구조사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시도한 메타분석이 더 정확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출구조사가 놓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커버 할 수는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향후 선거방송에서 출구조사와 메타분석을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족집게’ JTBC 예측조사, 의석수 적중…출구조사 넘어섰다> 리포트를 보도한 JTBC와는 달리, 지상파 3사는 메인뉴스에서 시청자에게 사과하며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가 왜 예측치를 벗어났는지를 분석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날 KBS는 ‘뉴스9’ <출구조사 왜 빗나갔나…“역대 최고 사전투표율·60대 최다”>에서 “유감스럽게도 적지 않은 오차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SBS는 ‘8뉴스’에서 “주요 정당의 의석수를 예측했는데 실제 결과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왜 우리 지역은 결과가 다른지 혼란스러웠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 시청자분들께는 사과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KBS와 MBC는 높아지고 있는 사전투표 비율과 이번 사전투표에 가장 많이 참여한 연령이 60대였다는 점이 출구조사의 가장 큰 변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SBS는 “조사 규모와 방식의 한계”를 언급하며 “경합 지역이 많은데 표본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구 별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총선은 전국이 하나의 모집단인 대선이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지방선거보다 예측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사전투표 표심을 반영하기 위해 실시한 전화조사를 출구조사 결과에 어떻게, 얼마나 보정해 예측치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지상파 3사의 사전투표 전화조사는 6~9일 나흘간 경합지로 예측되는 지역구 55곳, 총 5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도관 한국방송협회 기획심의부장은 “대선 같은 경우 모수가 크다보니 전국 단위에서 1만명 대상으로만 해도 충분히 예측이 된다”면서 “이번 사전투표 전화조사 대상이었던 지역들은 경합지이다 보니 기존에도 여론조사나 선거 독려 전화가 많이 투입되던 곳이라,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많이 쌓인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응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투표 경향성을 최종 결과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계속 숙제”라며 “매번 사전투표에선 진보성향 유권자 비율이 높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추측한다. 앞으로 선거에선 출구조사 예측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이번 사전투표 구성비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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