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택 공급 줄어드니 집값 상승한다고? [재테크_부동산]
공급 감소했지만 가격 하락한 2010~13년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시사저널=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 주택 공급을 나타내는 통계 지표는 4가지로 구분된다. 주택 공급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인허가, 분양, 착공 그리고 준공 물량이다. 인허가를 받고, 분양하고, 착공한 이후 준공하면서 주택이 공급된다. 현재 주택 공급이 어떤 상황인지 아파트를 기준으로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인허가·분양·착공 물량 큰 폭 감소
2023년 전국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4만 호다. 2022년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은 16% 감소했다. 반면 경기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2년 대비 18% 증가했다. 공동주택(아파트) 분양 물량 감소 폭은 더 크다. 2023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9만 호로 전년 대비 33% 줄어들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한 데다, 감소 폭 역시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는 -18%, 인천은 -27%다. 아파트 착공 물량 감소 폭도 크다. 2023년 전국 아파트 착공은 17만 호로 2022년 대비 43%나 감소했다. 지역별 아파트 착공을 보면 서울이 -66%로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뒤를 이어 인천 -33%, 경기 -20%, 부산 -8%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준공은 2023년 25만 호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인허가, 분양, 착공 그리고 준공 중에서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급은 분양 물량이다.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3년 후 아파트 준공이 감소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3년 후 집값이 상승할까.
최근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분양시장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분양 물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아파트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서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와 유사한 과거 사례가 있다.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증가하며 건설회사들이 신규 아파트 분양을 줄였다. 2008년에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2009년 -10%, 2010년 -13%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아파트 분양 물량 감소로 인해 당시에도 향후 주택 공급 우려가 컸다. 공급 감소로 집값이 상승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내 집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분양이 감소한 3년 후 집값은 실제로 크게 상승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보면 2010년 -2.2%에서 2013년 -1.8%로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이 감소하고 준공과 입주 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공급 감소로 인한 집값 상승을 전망했지만 막상 이후에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공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 공급이 감소해도 수요가 더 많이 줄어들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2010년 4만7000건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이후 2013년까지 평균 매매거래량이 6만 건을 넘지 못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거래량 8만7000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아파트를 살 사람이 줄어들면서 공급 감소에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아파트는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줄여도 누군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많이 팔면 시장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아파트 분양과 입주 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주택 소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뿐이라는 이야기는 고집스러운 편향이 만들어낸 비논리적인 설명이다. 매도 물량이 공급이라는 이야기는 새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 레드핀(Redfin)이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 내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고 부동산 관련 서비스와 리서치를 제공하는 회사다.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있다. 레드핀 홈페이지에는 주택 공급 지표가 제공되고 있다. 해당 지표에서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주택 공급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시장 변화에 더 많은 관심 가져야
'2023년 미국 내 판매 주택은 156만7036호로 전년 대비 9.98% 감소했습니다. 판매를 위해 새롭게 등록된 주택은 48만7201건으로 전년 대비 0.83% 줄어들었습니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이 무엇인지 분명히 표현돼 있다. 'Homes for sale.' 미국에서도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좀 더 상세한 설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매도 물량)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주택 구매자의 선택권이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를 나타냅니다. 또한 매도 의사가 있는 주택이 얼마나 시장에 남아있는지 혹은 얼마나 더 빨리 판매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156만7036채의 주거용 주택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주택 구매자의 선택권이 많아지고 반대로 매도 물량이 감소하면 주택 구매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 당연하게 선택의 범위에 따라 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매도 물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향후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서 주택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라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많이 짓지 않아도 수요와 매도 물량에 따라 집값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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