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박찬용 원더골'박태하의 포항, 김기동 더비에서 '1-2→4-2' 짜릿한 쾌승…서울전 징크스 깨고 선두 공고히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포항 출신' 김기동 서울 감독이 주인공이 된 '김기동 더비'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포항은 1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2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전반 14분 허용준의 선제골로 앞서간 포항은 전반 추가시간 1분 손승범, 후반 19분 윌리안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후반 중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인 포항은 27분 이호재, 31분 박찬용이 4분 간격으로 연속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연속골을 터뜨렸다. '추가시간의 사나이' 정재희가 후반 추가시간에 쐐기골을 넣으며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포항이 서울전에서 승리한 건 2021년 4월 이후 3년만이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부임 후 첫 서울전에서 '서울전 무승 징크스'를 끊었다.
포항은 6경기 연속 무패(5승 1무)를 질주하며 승점 16점을 기록,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했다. 공교롭게 세 명의 득점자가 같은 날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6위 서울(9점)은 6경기 만에 패하며 선두권 진입에 실패했다. 골대만 3번 맞는 불운에 울었다. 2만9051명의 관중이 들어찬 홈 경기에서 처음 당한 패배라 더 뼈아팠다.
이날 경기는 '김기동 더비'로 관심을 모았다. 포항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지낸 '레전드' 김 감독이 올해 서울 지휘봉을 잡아 처음으로 포항을 상대하는 날이었다. 서울 코치 출신인 박태하 포항 감독도 K리그 사령탑 자격으론 처음으로 상암을 방문했다. 양팀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포항의 전현 감독의 사령탑의 맞대결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 치러지는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을 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시 린가드가 무릎 시술로 빠진 서울 공격진은 일류첸코, 조영욱 손승범이 이끌었다. 22세 자원인 손승범은 지난 대구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선택을 받았다. 4-3-3 포메이션에서 기성용 팔로세비치, 류재문이 미드필드진에 배치되고, 최준 권완규 술라카, 강상우가 포백을 꾸렸다. 최철원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포항은 4-4-2 포메이션에서 조르지, 허용준이 투톱, 김인성 한찬희 오베르단, 백성동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했다. 신광훈이 선발로 복귀해 이동희 박찬용 완델손과 포백을 꾸렸고, 황인재가 골문을 지켰다. '극장골 사나이' 정재희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경기 초반 포항의 플랜이 먹혀들었다. 박 감독은 장신 공격수 조르지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세우는 변칙 라인업을 빼들었다. 공격시에는 허용준의 빠른 뒷공간 침투를 활용했다. 김주성의 부상으로 이날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서울의 술라카, 권완규 센터백 듀오는 불안한 모습을 모습을 연출했다. 포항 쪽 수비도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12분 골키퍼 황인재가 잘못 걷어낸 공이 팔로세비치 앞에 배달됐다. 팔로세비치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때린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13분 서울팬들은 이날 은퇴식을 거행한 '원클럽맨 레전드' 고요한의 등번호 13번을 기리기 위해 1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기립박수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포항이 선제골을 갈랐다. 코너킥 상황에서 백성동이 니어포스트로 강하게 올려준 공을 박찬용이 머리로 돌려놓았다. 이를 허용준이 골문 앞에서 논스톱으로 밀어넣었다. 경기 전 박 감독은 허용준의 투입 배경에 대해 말하며 "(몸이)많이 올라왔다"고 기대했는데, 시즌 마수걸이 득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서울이 기성용 손승범의 연속 슈팅으로 기회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던 서울은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뜨리며 전반전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포항 좌측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 기성용이 문전으로 올려준 공을 권완규가 헤더로 연결했다. 권완규 이마에 맞은 공은 우측 골대를 때린 뒤 왼쪽으로 흘렀고, 이를 손승범이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서울 레전드' 고요한의 은퇴식에 오산고 출신 손승범이 프로 데뷔골을 폭발했다. 전반은 1-1 동점으로 끝났다.
박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허용준 한찬희를 불러들이고 김종우 어정원을 투입했다. 조르지가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갔고, 스리 미들 체제로 변신했다. 서울도 후반 10분 손승범 류재문을 빼고 김진야 윌리안을 투입했다. 먼저 김 감독의 교체술이 적중했다. 19분 서울 강상우의 왼쪽 크로스가 문전 앞으로 향했다. 수비에 가담한 오베르단이 애매하게 터치한 공을 윌리안이 빠르게 달려들어 골문 안으로 차넣었다.
3분 뒤, 윌리안은 추골 기회를 잡았다. 우측 크로스 상황에서 공이 골문 앞 좌측으로 흘렀다. 윌리안이 노마크 상황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공은 골대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흘러났다. 포항이 위기 뒤에 기회를 잡았다. 후반 22분 백성동과 교체투입한 이호재가 투입 5분만에 동점골을 갈랐다.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완델손이 길게 넘겨준 공을 감각적인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득점했다. 4분 뒤인 31분, 이번에도 완델손이 '작품'을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띄워준 공을 수비수 박찬용이 감각적인 '뒷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 강한 포항이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모두 살려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서울은 김신진 카드를 빼들었다. 추가시간 2분 코너킥 ㅅ아황에서 일류첸코의 헤더는 '또' 골대를 때렸다. 포항은 추가시간 3분 역습 상황에서 '추가시간의 사나이' 정재희가 골문 우측 상단을 찌르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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