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르는덴 다른 이유가”…도발 일삼는 ‘이 나라’ 때문에 환율 출렁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경제적 요인을 꼽아보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럴 땐 지정학적 위험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특히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먼저 경제적 이유를 꼽아보자. 환율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무역수지와 반비례한다. 무역수지 흑자폭이 늘어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우리나라 물건을 팔고 해외에서 달러를 들여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화 값은 상승하고 환율은 떨어진다. 3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2.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3년 6월 이후 10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물 부문에서 달러 공급이 우위인 상황이다. 이는 원화 환율을 끌어내리고 원화 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환율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상황도 환율 하락 쪽을 가리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들어 2월까지 우리나라 시장에서 주식을 10조7280억 원, 채권을 4조2660억 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3월 이후에도 순매수 세는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지표를 파악해보면 우리나라 환율이 오를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지정학적 이유에 의해서도 출렁인다. 경제적 이유가 별로 없을 땐 지정학적 이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빅터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과 관련해 몇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은 올 들어 10여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4월2일에도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한미일은 협의를 갖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그래도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빅터 차 석좌는 북한이 공격적인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로 몇 가지를 꼽았다.
먼저 북한과 러시아간의 관계 변화다. 과거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일방적으로 뭔가를 받는 관계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와 포탄 등 군수물자를 상당부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에너지 원조뿐만 아니라 군사 정찰 인공위성 기술, 핵잠수함 기술. 핵탄두 기술, 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기술과 물품은 북한에서의 실험을 필요로 한다.
국제사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화 되고 있는 것도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는 이유로 지목된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명확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행동을 저지할 실질적인 힘과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빅터 차 석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분명해진 것은 유엔 안보리가 더 이상 글로벌 거버넌스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정치·사회 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빅터 차 석좌는 제 기능을 상실한 유엔 대신 서방 선진 7개국으로 구성된 G7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에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이 포함된다. 빅터 차 석좌는 “기존 G7이 한국, 스페인, 호주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이 확장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 경우 러시아, 중국 등과의 대립은 한층 더 심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중동지역에서의 전운도 짙어지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석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물가와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빅터 차 석좌는 5월20일 대만의 신정부가 출범하면 새롭게 선출된 총통이 민족주의적·국수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위험은 올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중 하나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다. 한국 경제가 아직까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원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 현상은 심상찮다. 환율이 불안한 경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는 없다. 투자 관점에서도 환율에 의존하기 보다는 환율 위험을 해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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