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키 말고 타고난 게 없어서"…안보현, 오늘도 움직인다

김다은 2024. 4. 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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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항상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복싱 선수 출신에 187cm가 넘는 장신. 다부진 어깨와 듬직한 팔뚝. 비주얼로만 보면 누구보다 상남자일 것 같은 이 남자. 

실제 성격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며 사는 편이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하지도 밟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화자찬보다는 엄격하게 저를 몰아치는 타입이죠."

그래서일까, 어깨 부상 중에도 스턴트 대역을 외치지 않았다. 맨몸·총기 액션을 직접 소화, 심지어 요트 자격증까지 따 직접 배를 몰았다. 

자신에 대한 높은 객관성과 치열함. 배우 안보현이 '재벌X형사'를 찍어낸 비결이었다. "키 말고는 타고난 게 없다"는 그의 '본투비'(Born to be) 열정과 고민을 들었다.

◆ "타이틀롤, 뿌듯함보다 부담감이 컸다" 

'재벌X형사'는 지난달 종영했다. 시원하고 통쾌한 전개를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게 '열혈사제', '모범택시' 등 SBS 금토드라마의 '사이다 히어로' 장르 명맥을 잇는 작품이었다. 

드라마 제목이 곧 서사였다.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는 이야기. 주인공 진이수(안보현 분)가 자신이 가진 돈, 인맥, 권력 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간다.

내러티브는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안보현은 "SBS 금토드라마에 대한 기대치와 그로 인한 부담감과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 단독 타이틀롤도 그에겐 짐이었다. 안보현은 "높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편성됐을 때 설렘보다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다.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돌이켰다.

그의 염려와 달리 드라마는 점점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도 점차 타올랐다. 5%대로 시작, 최고 시청률 11%까지 끌어올렸다. 재벌 형사 진이수와 강력1팀의 앙상블이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안보현은 "한시름 놨다는 기분이 강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쉬는 날 시청자들이 '말도 안 돼'라며 콧방귀 뀔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쁘다"고 했다. 

◆ "재벌X형사, 얄밉지만, 통쾌하게!"

'재벌X형사'는 K드라마의 단골 소재 재벌 이야기를 다뤘다. 그렇다고 뻔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재벌이 나쁜 재벌을 잡는다는 설정부터 카타르시스 넘쳤다. 

특히 진이수의 '플렉스 수사'(FELX)가 짜릿한 쾌감을 전달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전용 헬기와 요트까지 몰고, 수사를 위해 개인 돈 10억까지 턱턱 내는 재벌 형사를 그렸다.

안보현도 이런 판타지 같은 요소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실제 재벌이 형사면 어떨까, 기대됐다. 자기가 가진 재력을 이수처럼 사용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먼저 진이수를 전에 없던 재벌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기존 드라마 속 정석으로 자리잡힌 재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초반부 진이수는 노는 데 진심인 인물이죠. 일부러 더 골 때리고 밉상이게 표현했어요. (웃음) 하지만 이후에는 수사에 재미를 느끼고, 내면에 숨긴 따뜻한 인간미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실제 극 중 진이수는 무연고 시신의 장례를 몰래 치러주고, 억울하게 죽은 미술 작가의 전시회를 열어준다. 안보현 또한 "마냥 판타지만 있는 인물은 아니다. 안에서 우러나는 연민이 있는 아이다"고 강조했다. 

◆ "독기로 완성한 재벌X형사 비주얼"

안보현의 바람대로, 진이수의 시원한 플렉스 수사기는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다. 그 배경에는 캐릭터 표현을 위한, 안보현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직접 요트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운전 교육에 임했다. 안보현은 "실제 요트를 몰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비주얼도 직접 구축했다. 철부지 재벌 3세 진이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곳에 디테일한 '밉상' 포인트를 주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헤어 스타일링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올백에 앞머리 두 가닥만 눈썹에 붙이는 '탕후루 머리'가 탄생했어요. 하루에 스프레이를 한 통씩 썼네요."

그의 패션 또한 연신 화제였다. 화려한 패턴이 박힌 와이셔츠와 나팔바지 등 보통(?) 경찰답지 않은 자태를 매회 뽐냈다. 안보현은 "일부러 여름에 하와이에서 입을 법한 옷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액션도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사실 안보현은 촬영 기간, 새끼손까락 반 크기의 석회가 어깨에 낀 상태였다. 그러나 "그 정도 액션은 괜찮았다. 복싱 왼손잡이라, 오른쪽으로 대부분 찍고 발차기로 많이 바꿨다"고 털어놨다.

◆ "그럼에도 여전히 아쉽다"

혼신의 힘을 다했음에도, 연기를 향한 열정은 끝날 줄 몰랐다. 안보현은 종영 후에도 작품 속 자신의 모습에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보였다"고 돌이켰다.

특히 중반부 신들을 되짚었다. 진이수 캐릭터가 어느 정도 구축되자, PD 또한 안보현에게 애드리브를 많이 요청했다는 것.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현장 반응은 좋았다.

안보현의 해석은 달랐다.

"조금 더 능청스럽게 할 걸, 좀 더 눈물을 글썽거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항상 작품 하며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것 같네요. 시즌2가 확정된다면, 이 부분을 꼭 잡겠습니다."

지금껏 늘 그래왔다. 복싱 선수였던 10대 때도, 운동을 그만두고 시작한 20대의 모델 시절도, 새롭게 시작한 배우 생활에서도. 스스로 타고난 게 없다고 여겨,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다는 것.

"저는 여전히 키 말고 타고난 게 없기에, 계속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인생 그래프가 내려감 없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 감사하죠."

앞으로의 포부도 전했다. 안보현은 "해본 것보다 안 해본 게 많다.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다양한 직업군과 시대를 넘나들며 연기로 승화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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