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대표, '정부·병원 비판' 글 인용…"의정갈등 피해자 행세"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4.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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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의(醫)·정(政) 갈등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정부와 병원 측에 있다고 주장한 언론 기고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용하며 양측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기고문을 인용해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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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한겨레 기고문 일부 SNS에 옮겨
의료계 분열 상황서 '전공의 보호' 강조한 의대교수 등에 비판적 시각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의(醫)·정(政) 갈등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정부와 병원 측에 있다고 주장한 언론 기고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용하며 양측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직접적인 본인의 '발언'은 아니지만, 사실상 해당 주장을 긍정하는 취지의 공유로 해석된다.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상황을 야기한 것은 '중간 관리자'인 의대 교수들의 방관이 한몫했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2천 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는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고문을 링크했다. 해당 글은 예방의학 전문의인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 연속기고의 일환으로 작성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김 운영위원장의 글 일부를 그대로 옮겼다.

박 위원장은 기고문을 인용해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적었다. 이 문장 앞에는 "두개의 축. 그리하여"라고 박 위원장 본인의 주석을 달았는데, 의대증원이 촉발한 의료공백 사태의 이면에는 '정부'와 '병원'이라는 책임주체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김 위원장의 글을 따왔다.

"문제의 당사자인 병원들은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수도권의 대학병원들은 2028년까지 수도권 인근에 경쟁적으로 분원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공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 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 등도 연이어 인용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 체계의 상업화, 시장화를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지대하다"는 김 위원장의 비판에 동의하는 입장을 간접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 12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 위원장의 게시물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와 차기 회장이 충돌하는 등 의료계가 분열하는 양상과 맞물려 주목을 끈다.

전공의들의 '선배' 격인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왔다. 특히 정부가 잠시 유예한 면허정지 등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등이 실제로 강행될 경우,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의협 등 해당 단체들은 당초 총선 직후 의대증원 등 관련 의료계의 요구를 한데 모은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박 위원장이 '합동브리핑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잠정 연기됐다.

이에 더해 의협은 비대위가 임현택 차기회장 당선인이 비대위와 정부 간 '물밑 협상'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지난 10일 "거짓 선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등 내분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의사인력 대부분을 전공의로 채워온 수련병원들은 상당수가 경영난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수도권 5대 대형병원인 '빅5'에 속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사 등에게 무급휴가를 반강제로 권고하는 의료기관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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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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