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우리 빵, ‘세계’와 ‘로컬’ 두 토끼 잡다
파리바게트·뚜레쥬르 등 해외에 매장 속속 진출
지역농가와 상생…사과·양파·땅콩 등 특산품 이용한 빵 다양
에어프라이어·오븐 등 보급… ‘집빵족’ 늘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유통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급변하는 농식품 트렌드를 짚어보고, 농식품 유통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디저트로만 여겼던 빵. 그러나 최근엔 가볍고 상큰한 식사를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케이(K)-베이커리’ 열풍으로 우리 빵이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빵은 그 종류가 1만여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식생활 전반에 이만큼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빵은 ‘인간이 만들어 낸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제빵 시장은 크게 양산빵 시장과 베이커리 시장으로 구분된다. 베이커리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개인 베이커리 등으로 다시 나뉜다.
국내 제빵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하지만 각종 정부 통계와 기업 매출 정보를 토대로 추산했을 때 2021년 기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제빵기업 5조원, 비가맹점 제과점 3조4000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K-베이커리가 해외 현지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품질과 차별화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만의 독특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꾸준히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후 미국·프랑스·영국·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해 현재 500여곳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2002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에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미 서부 LA와 동부 뉴욕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6년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2023년 상반기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뉴욕 맨해튼, LA 다운타운 등 핵심 상권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있게 평가된다. 2030년 북미 지역에 1000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파리바게뜨의 목표다.
파리바게뜨의 중국 진출은 2004년 상하이 1호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1년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난징 지역에 출점했고, 2012년 다롄 지역으로 사업 거점을 확장했다. 2016년엔 첨단신흥도시로 부상한 쓰촨성 청두에 진출, 전국구 브랜드로 도약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2019년 4월 텐진시 ‘서청경제기술개발구’에 400억원을 투자해 축구장 3개 면적에 달하는 2만800㎡ 규모의 ‘SPC톈진공장’을 건립했다. SPC그룹의 해외 현지 생산시설 중 가장 큰 규모다.
톈진공장은 주요 품목인 빵·케이크류뿐 아니라 가공식품·소스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중국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톈진공장을 기반으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가맹사업에 박차를 가해 2023년 하반기 기준 중국에만 300여곳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2014년 7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도 진출했다. 1호점인 파리 샤틀레점은 국내 매장 평균 매출의 3배를 기록하는 등 프랑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5년 7월엔 파리 오페라 지역에 프랑스 2호점 ‘오페라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2021년 8월엔 기존 오페라점을 이전해 ‘생미셸점’을 새로 열었고, 2022년 하반기에는 파리에 점포를 5곳으로 늘렸다. 이어 영국에도 매장 2곳을 개설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뚜레쥬르 역시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몽골·캄보디아·캐나다 등 7개국에서 400여곳 매장을 운영 중이다.
뚜레쥬르는 지역별 특성에 맞춰 ‘마스터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자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지역에서의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와 직영점의 형태를 혼합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초기에는 직영 형태로 발판을 다지다가 2009년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는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문화적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이슬람 문화권은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진출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말이다. 지역 특산물이나 한정적으로 재배하는 농산물을 활용해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도록 상품화하고, 나아가 지역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파리바게뜨는 ‘행복상생 프로젝트’로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 품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수매하고, 이를 활용한 이색 제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겐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지역 농가에는 판로 확대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2012년 경북 영천 미니사과를 시작으로 2020년 제주 구좌 당근, 2021년 전남 무안 양파와 충남 논산 딸기, 2022년 경북 문경 오미자 등을 활용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여름 폭우로 피해가 극심했던 충북지역 농가들을 돕기 위해 음성 복숭아, 괴산 찰옥수수를 사들여 상품화했다. 이밖에도 미래 농업을 이끌어 나갈 청년농 등 지역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제주국제공항 한정 제품 ‘제주마음샌드’는 대표적인 로코노미 제품이다. 제주 특산물인 우도 땅콩을 넣어 지역 상생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연간 25t의 우도 땅콩을 사용한다. 이어 ‘제주마음샌드 한라봉’을 출시하는가 하면, 경기 가평 고속도로 휴게소 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가평 특산물인 잣을 넣은 ‘가평맛남샌드’를 판매하는 등 제품군을 늘려나가고 있다.
편의점 CU는 연세우유 생크림빵에 제주산 한라봉을 넣은 ‘한라봉 생크림빵’을 선보였다. 한라봉 특유의 상큼한 맛을 강조했고, 제주도·우도에 위치한 매장에서 우선 출시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GS25의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도 ‘의성마늘빵’ ‘무안양파&대파빵’을 출시했다.
에어프라이어와 오븐·와플팬 등이 널리 보급되고 가정에서도 제과전문점 수준의 갓 만든 빵을 맛볼 수 있게 되면서 집에서 만드는 빵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각 기업에서는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냉동 생지(반죽을 급속 냉동시킨 제품) 라인업을 적극 확장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300억원 규모였던 냉동 생지 시장 규모는 2022년 6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SPC삼립은 2023년 5월 홈베이커리 브랜드 ‘레디비(ReadyB)’를 론칭했다. ‘갓 구운 빵을 집에서 간편하게’를 슬로건으로 하며, 5분 정도만 조리하면 베이커리 전문점 수준의 갓 구운 빵을 집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푸드는 파베이크 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2023년 초 ‘저스트 베이크드(JUST BAKED)’ 브랜드를 출시했다. 홈플러스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에서 판매 중인 냉동 생지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파리바게뜨에서도 브랜드가 보유한 베이커리 역량을 바탕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군 ‘퍼스트 클래스 키친’을 선보였다. ‘미니 토종효모바게뜨’ ‘미니 크라상’ ‘바삭 치즈볼’ 등 베이커리 제품 외에도 다양한 세계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직접 조리를 해서 먹는 집밥족이 늘어나듯 집빵족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냉동 생지는 물론 견과류·과일류 등 각종 토핑 재료 등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개성을 지닌 집빵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호 더바이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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