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다"…방출 위기에서 6년째 생존, 켈리가 찾은 해답은

김민경 기자 2024. 4. 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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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 한글로 목에 \'켈리\'라고 문신을 새겼을 정도로 한국 생활에 빠져 있다. 켈리는 올해 3선발로 시즌을 맞이하는 것도 받아들이고 평소처럼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아시다시피 지난해는 한국에서 뛰면서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거든요."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는 어느덧 KBO리그 6년차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다. 해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장기간 생존하기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늘 에이스였던 켈리도 5년차였던 지난해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켈리는 전반기 18경기에서 6승5패, 107⅓이닝, 평균자책점 4.44로 고전하면서 방출 위기설에 휩싸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15승 내외로 승수를 쌓았던 투수였는데도 그 잠깐의 위기에 방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켈리는 서운해하기 보다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켈리는 "야구는 비즈니스라 생각한다. 모든 팀이 이기려 노력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외국인 교체가 필요하면 당연히 하는 것이다. 구단이 해야 될 일을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 점은 이해가 된다"며 해답은 자신이 생존 가치를 증명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후반기 들어 각성한 켈리는 180도 달라졌다. 12경기에서 4승2패, 71⅓이닝,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면서 기어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LG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에이스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로 맹활약하면서 5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LG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올해 LG와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재계약하면서 한국에서 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켈리는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4경기 만에 첫 승(1패)을 실패했다. 4경기 성적은 25이닝, 평균자책점 2.88로 자기 몫을 다했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켈리는 묵묵히 버텼고, 팀이 3연패에 빠진 가장 힘든 순간 승리투수가 되면서 에이스의 가치를 한번 더 증명했다.

켈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생존법을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뛰면서 가장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비시즌 동안 새로운 것들을 몇 가지 시도했는데, 그중 하나로 스위퍼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활용하는 정도였던 스플리터를 조금 더 가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지난 5년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보니까 타자들이 내 성향을 잘 알고 있어서 나도 새로운 방법으로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 점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타자들이 내가 무엇을 던지는지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다른 방법으로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덧붙였다.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7이닝 101구 2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로 시즌 첫승(1패)을 신고했다. ⓒ 연합뉴스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두산 베어스 타선을 잠재웠다. ⓒ 연합뉴스

결정구 커브에 또 한 가지를 추가하기 위해서 스위퍼를 장착했다. 켈리는 "커브가 결정구였고, 5년 동안 그렇게 활용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타자들이 다 알고 '켈리는 커브구나'라고 생각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의 시각을 다른 방법으로 교란시키려고 노력했다. 직구를 몸쪽으로 넣고 다음에 직구와 똑같은 궤적으로 움직이는 스위퍼를 던지면서 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승리가 없는 기간, 작년 기억 때문에 불안할 수도 있었으나 켈리는 묵묵히 버텼다. 그는 "사실 KBO리그에서 1승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타자들의 수준도 높으니까. 스스로 다그치진 않았다. 올 시즌을 0승으로 마감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올해 반드시 1승을 하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신경을 썼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LG는 0-1로 끌려가던 7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문성주와 대타 구본혁의 연속 적시타가 터진 덕분에 2-1로 승리할 수 있었다. 7회말 등판을 앞두고 불펜에서 몸을 풀던 켈리는 이 상황을 다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투지를 불태웠다.

켈리는 "야수들이 점수를 뽑아서 역전했기 때문에 이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서 승부를 했는데, 이 이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선두타자부터 잡자고 생각했다. 선두타자를 잡으면 그다음 타자를 잡으면서 하나씩 하자고 생각했다. 한 구 한 구만 생각하다 보니 잘 마무리지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켈리는 이날 승리를 발판 삼아 LG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LG는 13일 현재 9승8패1무로 한화 이글스와 공동 5위에 머물러 있다. 2년 연속 우승을 위해서는 아직 올라갈 길이 멀다.

켈리는 "사실 야구가 쉽지 않다.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굉장히 높은 스포츠다. 우리 팀 구성을 보면 베테랑, 경험 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이제 해결책을 찾아서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시다시피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야구를 아직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하고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믿는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 이 어려움을 타개하고 반드시 해결책을 찾으리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역전 드라마를 썼던 본인처럼 말이다.

▲ 켈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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