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하면 사진도 변한다…꽃 사진이 변하고 있다[청계천 옆 사진관]

변영욱 기자 2024. 4.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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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지금이야 사진 밑에 가령 '5일 오후 여의도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일부 나무는 이미 꽃이 지고 있어 주말이 지나면 절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런 식으로 설명을 썼겠지만, 예전에는 상세한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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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의 백년사진 No. 56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우리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동아일보가 아닌, 매일신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동아일보 1주일치 신문(1924년 4월 7일~13일)에 실렸던 사진 중에 딱히 눈에 띄거나 소개할 만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지금 상황과 비교할 만한 사진이 매일신보에 있어 골라봤습니다.

매일신보 1924년 4월 7일자 3면입니다. 큼지막한 사진 밑에 “눈 뜨려 하는 사쿠라”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진 밑에 가령 ‘5일 오후 여의도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일부 나무는 이미 꽃이 지고 있어 주말이 지나면 절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런 식으로 설명을 썼겠지만, 예전에는 상세한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활자를 찾아서 인쇄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웠을 것이고 지면도 4면에 불과했으니 사진 설명은 간결하게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겁니다.

▶복수초→매화→산수유→목련→개나리→벚꽃→진달래→철쭉

제가 일간지 사진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한 게 1996년 11월입니다. 선배 사진기자들이 찍어 오는 봄꽃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꽃이 핀 곳을 정확하게 알아내서 찍는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첫 개화(開花)를 종류별로 잘 포착해서 신문에 게재하는 것이 아주 신기했습니다. 같은 목련 나무라고 해도 서울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뉴스 사진의 주인공이 됩니다. 종로구청 인도와 용산구의 신광여고 교정의 목련이 서울에서는 가장 먼저 피었고 신문 사진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그리고 위의 순서대로 신문에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래서 봄이 되면 눈밭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를 찍기 위해 강원도부터 전라남도 구례 매화마을까지 출장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신문의 칼라 지면에는 오늘은 노란색, 내일은 흰색, 며칠 후에는 분홍색 꽃이 실렸습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대략 2010년 경부터 뭔가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봄꽃 개화 순서라는 것이 애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의 개화 예측 시기와 상관없이 여기저기 꽃이 피거나 아예 안 피는 일도 생겼습니다. 급기야 동국대학교 교정에서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이 한꺼번에 피는 사진이 통신사 기자에 의해 촬영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두송이 이례적으로 피는 것이 아니라 군락을 이뤄 다양한 꽃이 카메라의 한 앵글에 들어오는 일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올해 서울 시내는 더 화려하고 그래서 심각합니다.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 심지어 매화까지 동시에 서울에서 만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여름에 피는 걸로 알고 있던 이팝나무도 4월 초 서울에서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단색의 꽃이 연쇄적으로 피던 계절의 신비함이 무너져버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입니다. 온난화는 계절의 변화를 불규칙하게 만들어서, 기상청이 꽃들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합니다. 또 생태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야 할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면서,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벌들의 활동에도 혼란을 초래합니다. 또한 꽃들이 예기치 않게 동시에 개화하면서 지역 축제와 관광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개화를 기다리며 준비되었던 지자체들의 축제들이 꽃이 예상보다 일찍, 혹은 늦게 피면서 클라이맥스를 놓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강원도 속초시는 ‘2024 영랑호 벚꽃축제’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3월 27일 긴급 공지를 통해 올해 벚꽃축제를 2번에 나눠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날씨 변덕에 노심초사하던 속초시는 SNS에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며 속초시청 관계자들이 시 마스코트와 함께 사죄의 절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속초시는 축제를 1차 3월 30일~31일에 이어 2차 4월 6~7일 두 차례 나눠 열겠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한꺼번에 피는 봄꽃 사진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함 뒤에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환경의 도전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100년 전 4월 7일자 신문에 실렸던 벚꽃 꽃망울 사진을 통해, 꽃 사진의 시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난주 여러분은 주변에서 어떤 꽃을 보셨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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