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14실점→1이닝 강판' 위기의 외인, SSG 1년 전 '34일 만에 외인 퇴출' 결단 되풀이하나

김동윤 기자 2024. 4.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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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SSG 로버트 더거(가운데)가 12일 수원 KT전 2회말 김상수에게 홈런을 맞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29)의 계속된 부진에 SSG 랜더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SSG는 12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KT 위즈에 3-8로 패했다. 이로써 10승에 선착한 뒤 2연패에 빠진 SSG는 10승 8패로 주춤하며 4위에 머물렀다.

선발 투수 더거가 일찍 무너진 것이 아쉬웠다. SSG는 최정의 1회 초 선제 솔로포로 앞서 나갔으나, 더거의 불안한 피칭에 곧 리드를 내줬다. 더거는 1회 말 선두타자 천성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시속 118㎞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 우전 안타를 맞았다. 강백호의 1루 땅볼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고 문상철의 내야 안타로 3루 주자 천성호가 홈을 밟았다. 유격수 박성한이 외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잡아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정확한 송구를 하기엔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포수 이지영이 마운드에 올라가 더거와 이야기를 나눴다. 효과가 있었다. 장성우를 상대로 커브,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직구를 던져 3번의 헛스윙을 끌어내 첫 삼진을 잡았다. 장성우는 예측한 대로 공이 오지 않은 듯 타이밍을 놓치고 아리송한 표정을 보였다. 이호연에게도 체인지업과 직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고 포효했다.

그러나 2회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다소 운이 없었다. 선두타자 안치영의 타구를 박성한이 잡아 1루로 잘 던졌으나, 오태곤이 그 공을 놓치면서 3루까지 진루했다. 정준영에게 볼넷을 내줬고 김상수에게 직구 위주의 승부를 겨뤘으나, 좌월 스리런포를 맞았다.

결국 배영수 투수코치가 올라갔고 더거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송영진과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송영진이 추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더거의 이날 기록은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이 됐다. 그러면서 더거는 평균자책점이 14.4까지 치솟아 현재까지 10이닝 이상 소화한 KBO 투수 중 꼴찌를 기록했다.

SSG 로버트 더거(맨 오른쪽)가 12일 수원 KT전 2회말 김상수에게 홈런을 맞고 배영수 코치, 이지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경기는 선발 투수 더거가 지난 등판에서 KBO리그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라는 굴욕스러운 기록을 세운 후 첫 등판으로 관심을 끌었다. 더거는 지난 6일 창원 NC전에서 3이닝 12피안타 7사사구(4볼넷 3몸에 맞는 볼) 4탈삼진 14실점(13자책점)으로 시즌 2패를 기록했다. 중계화면에는 더그아웃에 내려간 더거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잡혔고 이는 SSG를 착잡하게 했다.

SSG 이숭용 감독도 일단 더거를 감쌌다. 이숭용 감독은 9일 인천 키움전을 앞두고 "더거는 투수 파트, 전력 분석과 함께 계속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있다. 선수 본인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던졌던 자신감 있는 피칭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적응기라고 봐야 하는데 본인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것이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서는 볼로 판정되니까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타자와) 볼 카운트 싸움도 불리하게 가져가고, (카운트를 잡으려) 들어가는 직구는 타자에게 유리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1경기 만에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이날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파울을 기록한 강백호를 제외한 더거가 스스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한 건 문상철, 장성우 두 차례에 불과했다. 여전히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았고 높은 쪽 직구, 낮은 쪽 변화구 패턴에 KT 타자들이 노림수를 갖고 들어오는 모습마저 보였다. 2회부터는 빠른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힘 대 힘의 승부도 펼쳐 봤으나, 오히려 김상수에게 홈런을 맞으며 구위의 한계를 노출했다.

SSG 로버트 더거(맨 왼쪽)가 12일 수원 KT전 2회말 김상수에게 홈런을 맞은 뒤 강판당하고 있다.

안정적인 선발진을 꾸리지 못한 SSG로서는 더거의 부진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수에게는 1선발급 성적도 성적이지만, 많은 이닝 소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더거는 지난 4경기 동안 15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최소한의 기대치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날도 SSG는 송영진(3이닝)-이기순(1⅔이닝)-이로운(1이닝)-한두솔(1⅓이닝)을 등판시켜 불펜을 소모했다. 송영진의 3이닝 1실점 호투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불펜이 소모될 것은 자명하다.

그 때문에 더거의 부진이 길어질 경우 SSG로서는 퇴출이라는 강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도 SSG는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한 에니 로메로(33)를 개막 34일 만에 과감하게 교체했다. 로메로가 어깨 부상으로 3개월 결장이 예상되자 5월 4일 로에니스 엘리아스(36)를 영입했고, 빠른 결정 덕분에 SSG는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다.

물론 부상으로 3개월 결장이 예상된 로메로와 단순히 부진할 뿐인 더거는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SSG는 12일 경기를 마친 현재,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횟수가 5번(리그 공동 5위)에 그치면서 벌써 불펜 투수 과부하가 시작되고 있다. SSG 불펜이 소화한 82이닝은 KBO리그 최다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더거가 빠르게 단점을 보완한 뒤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총액 90만 달러에 영입된 더거는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바탕으로 큰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발 투수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트리플A 퍼시픽리그에서는 평균자책점 4.31과 탈삼진 143개를 기록하며 각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구위도 증명했다. 퇴출 위기를 맞은 더거가 이 고난을 어떻게 이겨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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