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진 후보도 지지하게 만드는 미국 정치의 ‘이것’[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패자의 속마음 누가 알까
품격과 유머의 패배 연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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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like to hear a concession speech that Obama might give.” (오바마의 패배 연설을 들어보고 싶다) |
이 농담은 오바마의 탁월한 정치 능력을 말해주는 것과 동시에 패배 연설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설의 달인 오바마 대통령도 패배 연설을 하게 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은 연설을 ’하다’라고 하지만 영어는 ‘give speech’(연설을 주다)라고 합니다.
실패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승자의 연설만큼 패자의 연설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패자의 연설은 승자의 연설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공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연설이어야 합니다. 패배 연설을 ‘concession speech’(승복 연설)라고 합니다. 패배를 뜻하는 ‘loss speech’ ‘defeat speech’라고 하지 않습니다. ‘concede’(양보하다)라는 단어 속에는 화합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패배 연설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His success alone commands my respect, but that he managed to do so by inspiring the hopes of many Americans is something I admire.” (그의 승리 하나만으로 나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 더구나 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면서 승리를 이뤄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 |
이 연설에는 ‘humble’(겸손한)과 ‘courageous’(용기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다닙니다. 용기는 겸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연설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틸 때 이 연설이 소환됐습니다.
I felt like the little boy who had stubbed his toe in the dark - too old to cry, but it hurt too much to laugh.” (어두운 곳에서 발가락을 찧은 소년의 기분이다. 울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웃기에는 너무 아프다) |
링컨이 패한 상대는 스티븐 더글러스라 민주당 후보였습니다. 노예제도를 두고 링컨과 더글러스 후보가 벌인 일곱 차례의 토론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 토론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이 선거를 통해 링컨은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됐고, 2년 뒤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Let’s get it over with.” (빨리 해치우자) |
이 연설은 논란이 됐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였습니다. 서부 지역에서 아직 투표가 마감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패배 연설을 들은 유권자들이 투표소 방문을 포기하면서 함께 진행 중이던 상하원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대선 후보는 오후 10시(동부시간 기준) 전에는 패배 연설을 하지 않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명언의 품격
승자의 연설 무대는 축제 분위기지만 패자의 무대는 우울하고 뒤숭숭합니다. 패자의 마지막 연설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지지자들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피곤함이 가득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면 패자는 유머를 발휘해야 합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상당한 유머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유머의 소유자는 밥 돌 상원의원입니다.
미국에서는 ‘One-liner Bob’으로 통합니다. 농담을 ‘one-liner’라고 합니다. 폭소를 자아내는 ‘한 줄’이라는 뜻입니다. ‘원라이너 밥’의 진가가 알려진 것은 1976년 대선이었습니다. 공화당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민주당의 지미 카터-월터 먼데일 티켓에게 패했습니다. 다음날 패배 연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Contrary to reports that I took the loss badly, I want to say that I slept like a baby — every two hours I woke up and cried.” (내가 패배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아기처럼 푹 잤다 – 2시간마다 일어나서 울었다) |
돌 의원은 ‘sleep like a baby’가 모순이라는 점을 이용해 패배 후 뒤척이며 불면의 밤을 보낸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가장 재치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유머는 1996년 대선에서 패했을 때도 빛을 발했습니다. 청중 한 명이 시끄럽게 굴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re not gonna get tax cut if you don’t be quiet”(조용히 안 하면 세금 감면 안 해준다). ‘조용히 안 하면 안 해준다.’ 자녀가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며 시끄럽게 굴 때 미국 엄마의 단골 멘트입니다.
1996년 대선 패배 후 “이제 인생을 즐기겠다”라면서 정계를 은퇴해 강연가, TV 해설가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유명한 비아그라 광고도 이때 찍었습니다. ‘정치 셀럽’의 시초라는 평을 듣습니다. 유머 실력을 갖췄기에 셀럽으로 각광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전 보케 360
Everybody likes to weigh in on the Ohtani gambling scandal.” (모든 사람이 오타니 도박 관련 스캔들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 |
‘weigh in’과 비슷한 ‘weigh on’도 자주 씁니다. ‘weigh’(무게가 나가다)와 ‘on’(위에)을 합쳐서 ‘위에서 무게가 짓누르다’ ‘괴롭히다’라는 뜻입니다. “Problems at work are weighing on me.” 직장 일로 마음이 무거울 때를 말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3월 14일 소개된 선거 접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2년 3월 14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314/112312732/1
I personally will be at his disposal.” (그에게 도움이 되겠다) |
We got here a little bit late and little bit short.” (여기에 좀 늦고 짧게 왔다) |
You poured your hearts into this campaign.” (여러분은 이 유세에 진심을 다했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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