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 울린 “너도 하나야!”…‘말자할매’ 김영희가 주는 위로 [그! 사람]
“‘첫사랑 고민녀’한테 밥 사주고 싶어…덕분에 방향성 잡아”
“남편 윤승열, 날 다시 일으켜준 고마운 사람”
“정신 차려 언니, 너도 하나야! 그 첫사랑도 하나지만 너도 유일한 하나라고! 너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알았어? 됐어, 고민 해결됐어.”
답변을 들은 질문자는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청중들은 일제히 감탄하며 김영희에게 손뼉을 쳐댔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청중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즉석에서 답변을 해주는 코너 ‘소통왕 말자할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의 중심에는 김영희의 재치 있고 진심 어린 답변이 있다.
이 인기에 힘입어 3월에는 유명 강연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강단에 올랐다. 그는 여러 구설에 오르며 힘든 시간을 보낸 이야기부터 살다 보니 ‘사람 공부’가 필요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다시 돌아온 김영희의 모습에 대다수가 “친근감 있는 ‘말자할매’ 너무 보기 좋다” “논란을 잘 이겨내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등 그가 겪었던 고통의 시간을 거름 삼아,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 감동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인생을 통해 경험한 ‘사람 공부’가 ‘말자할매’가 된 것” |
그는 “무슨 고민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걸 제가 재치 있게 받아쳐 재미있는 답변을 해야 해서 어렵긴 하다”며 “또 제가 뭐라고 이런 답변을 드려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말자할매’에게는 방청객들은 여러 고민을 말한다. “연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부터 “남편이 화장실에서 안 나온다” 등 다양한 고민을 토로한다. 그중에서 김영희가 가장 기억나는 사람은 “너도 유일한 하나야!”라는 말을 탄생시킨 ‘첫사랑 고민녀’라고 했다.
김영희는 “그분을 만나게 되면 밥을 사야 한다”며 “덕분에 ‘말자할매’의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 말을 하고 난 뒤에 감독님과 동료들이 ‘그거야, 그거!’라고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라. 재편집된 영상도 반응이 좋다는 말에 진실한 마음이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영희가 이토록 다양한 고민에 매번 다른 답변을 줄 수 있는 비결은 다년간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의 경험과 사람을 공부한 덕분이다. 그간 여러 논란으로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동료들과 공연으로 대중들과 만났다. 5년간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며 애드리브 개그도 하고 고민 상담 개그를 했고 그 경험이 축적돼 ‘말자할매’가 탄생한 것.
게다가 자의든 타의든 본인에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며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김영희는 “신인 시절에 웃겨보겠다는 패기로 지나친 말을 해서 논란이 됐고 가족 문제도 있었다. 물론 제 탓이 전혀 없었다는 건 절대 아니다”면서도 “그 시간을 보내면서 제 곁에 있어 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솔직히 참 원망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남편 없었다면 지금의 ‘나’ 없었을 것…항상 고마운 사람” |
김영희는 “남편을 안 만났으면, 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남편에 대해 “참 밝은 사람”이라며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저를 일으켜 세워줬다”고 전했다.
김영희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긍정주의’를 믿지 않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야 스스로가 발전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연말 시상식 등에서 수상을 해도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신을 늘 구석으로 몰았다고 했다.
그런데 남편 윤승열은 자신과는 정반대였다. 일이 잘 안 풀려도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하며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김영희는 처음에는 ‘지나치게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승열을 만날수록 그의 긍정적 사고에 물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의 요즘…다시 잘 해보겠다” |
김영희는 “이제는 50대가 된 선배들이 분칠을 하고 있고,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일주일 내내 고민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어느때보다 ‘개그콘서트’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그콘서트’ 녹화가 마치면 개그맨들이 다 객석으로 내려와서 오신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리고 모두 대기실로 들어오면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며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감동받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운다. 모두 이런 순간을 수년간 기다려왔던 것”이라고 했다.
김영희는 이런 순간이 다시 찾아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도취되지 않고, 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면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며 “어릴 때는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정도(程度)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다. 늘 자신을 점검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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