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가 필요해” 삼고초려 끝 낭만 품고 창원 컴백, 조상현 감독도 직접 나선 단테 커닝햄 복귀
그 남자가 돌아왔다.
창원 LG는 지난 2022-23시즌에 이어 2023-24시즌 역시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2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1년 전, 서울 SK에 3전 전패 스윕 시리즈를 당했던 아픔은 다시 없을 듯했다. ‘파라오’ 아셈 마레이가 건강히 정규리그를 마쳤고 ‘백전노장’ 후안 텔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준일은 떠났지만 양홍석이 있고 ‘신인왕’ 유기상까지 존재해 전보다 더 강한 LG를 기대케 했다.
LG 관계자는 “올 시즌 막판, 텔로가 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이 있었다. 손가락 통증이 있다고 했는데 정밀 검진을 받아보니 뼈에 문제가 있었고 결국 떠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텔로는 올 시즌 마레이가 없는 시기에 LG를 이끌어준 고마운 외국선수. LG 입장에선 너무도 슬픈 일이었다. 텔로 역시 마지막까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부상 소식에 조상현 감독과 코치진, 프런트 모두 비상이었다. 1년 전 마레이의 부상을 겪으며 ‘봄 농구’에서 실패를 경험한 탓에 모두 긴장 상태였다. LG 관계자는 “안심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전했다.
LG는 과거 레지 페리와 같은 새로운 외국선수 영입에 회의적이었다. 페리라는 실패 사례가 있었고 무엇보다 4강 플레이오프 전까지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기 힘들었다. 만약 새 외국선수를 영입했다고 해도 시기상 창원에서 치르는 1, 2차전, 그리고 3차전까지 출전이 어려웠다.
결국 단테 커닝햄, 조시 이바라 복귀에 집중했다. 커닝햄은 LG의 첫 복귀 제의를 고사했다. 이미 새로운 팀을 찾은 이바라는 그럼에도 긍정적인 답을 줬다. 다만 LG 입장에선 마레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이바라보다 오랜 시간 함께했고 또 2022-23시즌 성공을 거둔 ‘투 트랙’의 중심이었던 커닝햄을 더 원했다.
커닝햄은 허리 통증으로 미국에 돌아간 후 지금껏 프로 레벨의 운동을 소화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현 상태에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거절한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마레이는 LG보다 일찍 커닝햄에게 팀에 돌아와 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다만 커닝햄은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이미 거절한 상태였다.
마레이 포함 LG의 3번째 복귀 제의는 성공적이었다. 조상현 감독과 코치진, 프런트는 커닝햄에게 ‘너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했다. 그리고 커닝햄은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복귀를 결정했다.
LG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커닝햄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했다. 첫 복귀 제의는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됐으나 마지막에는 조상현 감독과 코치진, 프런트가 모두 참석해서 커닝햄에게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다. 우리의 뜻이 커닝햄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올해 LG의 봄 농구는 ‘낭만’이다”라며 웃음 지었다.
물론 지금의 커닝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커닝햄’이 아니다. LG 관계자 역시 “지금 컨디션만 보면 운동을 많이 하지 않은 외국선수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닝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도 LG의 모든 사람과 깊은 신뢰 관계가 있는 커닝햄의 복귀는 분명 긍정적이다. 코트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전보다 아쉬울 수는 있으나 ‘완전체 LG’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상대 입장에선 큰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커닝햄의 컨디션까지 돌아온다면 LG는 정상에 한 발 더 가까워진다.
한편 조상현 감독과 커닝햄은 과거 자신들이 했던 약속을 다시 한 번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조상현 감독은 2023-24시즌 개막 전 커닝햄과 EASL에 나가자는 약속을 했다. LG가 수원 kt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EASL 티켓을 얻게 된다. 두 남자의 오랜 약속이 지켜지기까지 3승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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