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새내기 황준서·전미르, 올 시즌 일낸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서 찬사받았던 김택연도 2군에서 예열 중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서바이벌 게임'이다. 적어도 올해 프로야구에 데뷔한 신인들에게는 그렇다. 각 구단 단장이나 감독은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보통 1~2년은 신인들이 퓨처스(2군)에서 가다듬기를 원한다. 그래서 프로 새내기들은 더욱 악착같이 해야만 1군에서 시즌 내내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데뷔한 새내기들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몇몇은 일을 낼 듯하다.
올 시즌 신인 13명, 개막 엔트리 합류
2024 시즌 개막(3월23일) 엔트리에 들어간 신인 선수는 총 13명이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황준서(한화 이글스)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반면 전체 2·3순위였던 김택연(두산 베어스)과 전미르(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정지헌·김현종(LG 트윈스), 원상현(KT 위즈), 박지환(SSG 랜더스), 황영묵(한화 이글스), 김연주·김윤하·손현기·전준표·고영우·이재상(키움 히어로즈)이 개막전을 팀과 함께했다.
물론 개막전 엔트리에는 3~5선발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반짝' 승선일 수도 있다. 개막 2연전이 끝난 후 3~5선발 투수 등록을 위해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가 꽤 되는 탓이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야수로는 유일하게 1라운드(10순위) 지명을 받은 SSG 내야수 박지환이 그랬다. 박지환은 2001년 정상호, 2004년 임훈 이후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고졸 야수 출신으로 개막 엔트리에 오른 신인이다. 하지만 롯데와의 2연전을 마치고 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이숭용 SSG 감독은 "(1군에서) 백업으로 있기보다는 2군 경기를 뛰면서 경기 감각을 올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지환은 개막 2연전 동안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정지헌이나 황영묵은 아예 경기를 뛰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최강야구》(JTBC)를 통해 이름을 알린 황영묵의 경우에는 4월9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키움은 무려 6명의 신인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들 중 김연주를 제외하고는 5명(4월9일 현재)이 아직 1군에 잔류 중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팀 에이스였던 안우진이 입대하면서 키움은 전력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한시라도 빨리 어린 선수들을 키워서 즉시 전력감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훌륭한 신인 선수들이 들어왔다. 이들 중에서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중심적인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키움의 '뉴페이스' 중에는 박찬호의 5촌 조카인 김윤하도 있다. 김윤하는 3경기 등판에서 6이닝 6실점이라는 다소 기대 이하 모습을 보여줬다. 키움 1군 엔트리에는 김윤하 외에 2005년생 투수인 전준표·손현기도 있다. 전준표는 6경기에 중간 계투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5사사구 7실점(4자책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4월7일 한화 이글스전에는 연장 11회초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와 1이닝을 책임졌는데 11회말 김혜성이 끝내기 홈런을 치면서 데뷔 첫 승리투수의 기쁨도 맛봤다. 9일 SSG전에서는 야수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줘 패전투수가 됐다.
손현기는 키움이 선발투수로 키우고 있다. 애초 4월3일 삼성전에 데뷔 첫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9일 SSG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는데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고졸 신인 야수인 고영우나 이재상은 대수비 등으로 경기 후반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타석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이 없다. 무한경쟁 체제로 '화수분 야구'를 추구하는 키움이기에 올해도 여러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준서의 스플리터, 전미르의 너클 커브
신인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황준서와 전미르다.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황준서는 류현진의 국내 복귀로 선발 자리가 꽉 차면서 2군으로 밀렸다. 한화는 류현진-페냐-김민우-산체스-문동주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황준서는 원래 5선발이 유력했다. 황준서는 김민우가 담 증세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면서 3월31일 KT전에 대체 선발로 등판했다. 2군 경기 등판 후 3일밖에 쉬지 못했지만 마운드에서 제 공을 던졌다. 투구 수 75개로 제한된 상황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42년 KBO 역사상 10번째로 고졸 신인 선발투수 프로 데뷔전 승리였다. 한화 투수로는 류현진(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황준서의 최강점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이다. 여기에 완성형의 스플리터로 타자를 현혹하고 있다. 키(187cm)에 비해 몸무게(80kg)가 적게 나가 체중을 키워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황준서는 현재 1군과 동행하면서 6선발로서 '대기'하고 있다.
1라운드 3순위로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전미르는 어느새 롯데 핵심 불펜 자원이 됐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투수와 타자 모두 가능했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투수로만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황준서에게 스플리터가 있다면 전미르에게는 너클 커브가 있다. 너클 커브는 그립을 잡는 법이 다른데, 커브인데도 구속이 시속 130km 안팎으로 빠르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져 혼을 빼놓는다. 전미르는 너클 커브를 앞세워 데뷔전이었던 3월24일 SSG와의 경기 때 무사 만루에 등판해 폭투로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4월2일 한화전 때는 0대0으로 맞선 7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수비 실책 등으로 1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는데 가장 잘 맞고 있던 페라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채은성 또한 땅볼로 처리했다. 전미르는 8회초 팀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4월9일 현재 전미르의 성적은 8경기 6⅔이닝 투구에 12탈삼진 3실점(1자책점)이다. 평균자책점은 1.35. 다만 팀이 치른 13경기에서 8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가 잦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아직은 어린 고졸 신인으로 연투 등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데 롯데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는 "전미르가 마운드에서 피하지 않고 던지니까 감독님이 믿고 쓰고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서 빅리그 선수들을 삼진으로 거듭 돌려세우면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들었던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현재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시범경기 때(3경기 3이닝 4탈삼진 무실점)는 좋았는데 개막 후에는 3경기 2⅓이닝 2피안타 6사사구 3실점(2자책)으로 좋지 않았다. 볼넷이 5개나 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 등 두산 코칭스태프는 김택연이 2군에서 제구를 가다듬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2군에서도 현재 썩 좋은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개막 초기다. 섣불리 신인왕 후보를 운운할 수는 없다. 시즌은 길고, 체력과 집중력 싸움은 여름부터 본격 시작된다. 그래도 경쟁력을 갖춘 신인의 등장은 리그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신인이 웃으면, 팀도 웃게 된다. 팀과 함께 마지막에 미소 지을 신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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