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0년' 걸음을 늦추다... 빨라진 만큼 여유로운 서울 구경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2004년 4월 1일 시속 300㎞로 달리는 KTX(Korea Train eXpress)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무궁화호로 다섯 시간 넘게 걸렸던 서울~부산 간 이동시간을 2시간대로 좁혀 대한민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꿨다. 지역에서 올라와 업무만 보고 바쁘게 돌아가던 사람들도 그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문화역서울284는 잠시 짬을 내 관람할 수 있고, 좀 더 시간이 있다면 덕수궁과 북촌한옥마을을 들러도 좋을 듯하다.
KTX 20주년 기념 철도문화전 ‘여정 그 너머’
코레일은 KTX 20주년을 기념해 21일까지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에서 철도문화전 ‘JOURNEY BEYOND PLUS : 여정 그 너머’를 열고 있다. 철도를 문화와 예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시다.
1층 메인홀에 들어서면 ‘퓨처 디오라마(강신재 작)’가 압도한다. 지름 5m 규모의 ‘미래의 지구’를 모형 기차가 끊임없이 휘감아 돈다. 미지의 세계로 도약하는 KTX의 열망이자 사명을 표현했다. 3등 대합실의 ‘연결의 속도(김신아 작)’는 지나간 시간이 거울에 비친 듯한 경험을 통해 관람객이 어떻게 미래와 이어지는지 성찰한다. 부인대합실의 ‘철도사회(선점원 작)’는 코레일 피복을 활용해 생동감 넘치는 사회적 공간을 표현했다.
1·2등 대합실의 ‘Railroad Innovation To Future And Beyond(STUDIO PUBLIK 작)’, 역장사무실의 ‘풍경을 위한 시냅틱 무브먼트(황선정 작)’, 귀빈예비실의 ‘Quantum Express(차민영 작)’에 이어 귀빈실은 철도박물관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철도원 복장을 비롯해 도구·집기·철도노선도·안내자료·현수막·현판·명패·지시문구로 과거 철도인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서측복도를 걸으며 1974년도 초기 1호선 전동차부터 2004년 국내 최초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KTX, 다음달 1일부터 운행하는 첫 시속 320㎞급 동력분산식 상용화 모델 KTX청룡까지 한국 철도차량을 모형으로 살펴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구회의실의 ‘49초, 11초(김준수 작)’, 그릴의 KTX 사진전, 소식당(복도)의 ‘An aggregation 240129(박선기 작)’가 이어진다. 차대실에서는 KTX 20주년 기념품(굿즈)을 판매한다.
조선시대와 근대 건축의 조화, 덕수궁
덕수궁은 서울역에서 가장 가까운 궁궐이다. 조선 14대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 때 피난에서 돌아와 월산대군(성종의 형) 후손이 살던 집을 임시 거처로 삼고 궁궐로 사용했다. 광해군 때 왕의 처소를 창덕궁으로 옮겨간 뒤 세월이 흘러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이 다시 들어왔다.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건축물이 공존하는 궁궐이다.
중화전 영역에는 품계석이 도열된 중화전, 편전이었던 즉조당과 중층 목조전각 석어당이 자리하고 있다. 함녕전 영역의 덕홍전은 전통 외관에 내부는 서양식으로 꾸며 외국 사신의 접견용으로 활용된 건물이다. 전통과 서양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외관의 정관헌도 돋보인다.
궁궐 속 근대건물인 석조전과 돈덕전은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조전은 엄격한 비례와 좌우 대칭이 돋보이는 신고전주의 양식이다. 돈덕전은 당대 파리에서 유행한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지어 국제행사를 치르거나 국빈급 외국인 숙소로 사용됐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와 근대를 오가는 기분을 체험하게 된다. 관람료 1,000원, 매주 월요일 휴무, 지하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가깝다.
카페, 갤러리, 공방... 볼거리 많은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한옥마을은 600년 서울 역사와 함께한 동네다. 담장 사이로 고즈넉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관광지이기에 앞서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큰 소리를 내는 건 금물이다.
예쁜 한옥 담장을 끼고 느릿느릿 걷다 보면 전통공방, 갤러리,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이 수두룩하다. 골목의 많은 전시시설도 중 ‘갤러리단정’에 들렀다. 매달 지역 예술가와 신예 작가를 발굴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다. 현재 특별기획 ‘엄마의 봄날’ 초대전 김판삼 작가의 ‘웃음꽃 등에 업고’가 열리고 있다.
미술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김판삼의 작품은 '아름답지 않으면 작품이 될 수 없을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못난이’ 캐릭터다. 뚱뚱한 몸매에 찢어진 눈, 낮은 코, 곱슬머리 등 못생겼지만 해학적인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터진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관람객 자신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리라. ‘내인생의로또1·2’ ‘그대가꽃이라오’ ‘이제야 찾았구려’ ‘내가 꽃이다’ ‘마르면몬로’ 등 30여 점의 못난이가 전시돼 있다. 어렵게만 여겼던 미술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오는 전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가깝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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