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한 끼 ‘1000원’ 아침밥…사원증 내면 ‘공짜’[현장에서]
“샌드위치 하나, 커피 한잔 주세요.”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공단동 순천향대 구미병원 맞은편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푸드트럭 앞에서 안희자씨(58)가 메뉴를 주문한 뒤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두툼한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으며 낸 가격은 단돈 1000원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청소·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안씨의 아침 식사이다. 그는 “노동자를 위한 아침밥이 있다고 해 동료들과 함께 왔다. 든든히 먹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며 웃었다.
출근길 직장인들을 위한 이 같은 ‘천원의 아침밥’이 생긴 것은 구미상공회의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시범 사업이다. 산업단지 노동자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샌드위치와 음료의 실제 가격은 1만2000원 정도이지만 상의 측에서 예산을 투입해 10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푸드트럭은 구미병원 인근뿐 아니라 구미역 앞 광장과 구미상의 회관 정문,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정문 교차로 앞에도 마련됐다. 구미병원과 구미상의 정문에서는 차에서 음식을 받는 ‘드라이브 스루’도 운영됐다. 4곳에서 총 1100인분을 준비한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상의 회원사 직원은 사원증이나 명함을 제시하면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경기 악화와 고물가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기 위해 대상 인원과 장소, 종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2017년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끼니당 1000원을 지원하면 대학이 나머지를 부담해 1000원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한 복지 사업으로 출발했다. 대학생 식사에 대한 정부 지원단가는 올해 2000원으로 인상됐다.
이후 결식 아동과 맞벌이 가정의 아동 등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끼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천원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노동권익센터가 2020년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노동자 150명을 조사한 결과 43%가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출근한다’고 응답했다. 아침을 굶는 것이 습관이 됐거나(38%), 출근 시간이 빠르기 때문( 26%)이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12%)도 있다.
아침밥을 챙기는 노동자의 20%는 ‘푸드트럭에서 김밥이나 토스트를 먹는다’고 답했다.
이에 광주광역시는 노동자에게 6000원짜리 샐러드를 반값인 3000원에 판매하는 ‘간편한 아침한끼’ 가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전남도의회가 전남도에 ‘노동자 천원 아침밥’ 도입을 요구했다.
구미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김정훈씨(40대)는 “여름이면 현장직은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기업이 서로 부담해 노동자들이 저렴하게 아침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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