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대변 본 만취 남편, 질책 아내 머리채 자르고 무차별 폭행

장모와 함께 사는 집에 기름 뿌리고 방화까지 시도…집행유예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술에 취해 방바닥에 대변은 본 자신을 질책하는 아내의 머리채를 가위로 자르고 폭행한 뒤 집에 불을 지르려고 한 7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76)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강원 화천군 집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방바닥에 대변을 보았고, 이를 본 아내 B 씨(71)가 질책하자 욕설을 퍼붓고, 흉기를 들고 “XXX,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계속해서 주방에 있던 가위를 갖고 온 후 B 씨의 머리채를 잡고 이를 가위로 자른 뒤 주먹으로 얼굴을 20~30회가량 때리는 등 폭행해 전치 6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친동생이 사망하자 장례식장에 함께 가자고 아내에게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화가 나 술을 마시고 홧김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A 씨는 “집에다 불을 싸질러 버리겠다”고 위협한 뒤, 마당에 보관 중이던 기름통을 안방으로 가져와 집안 곳곳에 뿌린 뒤 B 씨와 B 씨의 모친이 거주하는 집에 불을 지르려고 한 혐의도 있다. B 씨가 필사적으로 이를 제지하면서 거실 장판 일부가 그을린 정도에 그쳤고, 건물로는 옮겨붙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력행위로 인해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다 뒤늦게나마 이 법정에 이르러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방화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