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60년 함께 산 ‘이 여자’...인간의 기준을 바꿔버렸다 [지식人 지식in]
한 가지 일을 꾸준히, 그것도 수십년 간 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주 ‘지식인 지식인’의 주인공은 침팬지 연구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입니다. 지난 3일로 90세가 된 구달 박사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영국 출신의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은 어릴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동물과 자연 관찰을 즐겨 하는 소녀였죠. 구달은 소설 타잔을 읽고 아프리카 생활을 동경하게 되는데 이 때 침팬지 연구자로서 그의 미래가 이미 결정됐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구달은 10대 소녀 시절 친구들과 동물 애호단체를 만들어 박물관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 정도로 동물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기금을 모아 고령이라는 이유로 안락사를 당할 뻔한 말을 구해주기도 했죠. 한 번은 암탉이 어떻게 알을 낳는지 알아내려고 몇 시간 동안 닭장에 숨어있는데, 구달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부모님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죠.
195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구달은 대학을 진학할 학비가 부족해 비서, 영화제작사 직원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고 합니다. 1956년 케냐에 살던 학교 친구가 그를 초대했고 케냐로 건너갈 뱃삯 마련을 위해 웨이트리스로도 일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케냐로 간 구달은 친구네 농장에서 살았는데, 그가 동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본 지역 주민이 구달에게 케냐 나이로비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을 역임하고 있던 루이스 리키 박사를 소개시켜줍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리키 박사는 1959~1963년 탄자니아 협곡에서 ‘호모 하빌리스(‘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233만~140만년 전에 살았던 화석인류)’의 화석을 발견해 유명해진 영국의 고고학자입니다.
여담으로 리키 박사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관찰력이나 인내심, 집요함에서 더 월등하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리키 박사는 이런 신념 하에 구달 외에도 다른 두 여성을 지원했고 이들 모두가 해당 분야의 대가가 됐습니다. 침팬지 연구자인 제인 구달, 마운틴 고릴라 연구자인 다이앤 포시, 오랑우탄 연구자인 비루테 갈디카스로 이들 연구자는 ‘루이스 리키의 세 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멘토 리키 박사의 지원 하에 침팬지 서식지로 떠난 구달은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합니다. 구달에 따르면 난폭하고 조심성이 많은 침팬지의 성격으로 인해 몇 개월 간은 침팬지를 만나기 힘들었다고 하죠. 구달은 침팬지 무리를 관찰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침팬지가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달의 발견에 대해 리키 박사는 “우리는 이제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또는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 외에도 구달은 침팬지가 고기를 먹고, 다른 집단과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구달은 1962년까지 아무런 학위도 없었지만, 그의 연구 성과를 인정한 케임브리지대는 그에게 박사과정 입학을 허락했습니다. 케임브리지대 개교 이래 학사 학위가 없이 바로 박사학위에 진학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하죠.
구달은 연구를 하면서 모은 자료를 학계에 발표하고 영국으로 돌아와 공부를 하던 중 서식지 파괴로 침팬지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침팬지의 실상을 알리는 강연을 열고 아프리카 현지 주민들에게 숲과 숲을 둘러싼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구달은 최근엔 미항공우주국(NASA)과도 협업해 침팬지 서식지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NASA는 지구 관측을 위해 다양한 인공위성들을 활용하는데, 우주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과학적’으로 침팬지 서식지 보호에 나서는 것이죠.
구달은 이에 대해 “이미지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가 파괴한 자연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또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이같은 현상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희망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달은 침팬지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991년엔 ‘뿌리와 새싹’이라는 국제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를 설립해 환경운동에도 매진하고 있죠.
구달은 1996년부터 여러차례 한국을 찾기도 했습니다. 2014년 국립생태원은 제인 구달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제인 구달 길’ 조성 명명식을 열기도 했죠. 구달은 2010년 KAIST에서 생명을 주제로 강연도 했습니다.
구달은 앞서 지난해 7월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나 동물권 증진과 개 식용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당시 구달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며 “개와 다른 동물을 학대하는 식용문화 종식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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