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억' 절도→도박빚 탕감…'오타니 前 통역' 족쇄 차고 등장한 미즈하라, 보석금 3463만원에 '가석방'

박승환 기자 2024. 4.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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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에인절스 시절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계좌에서 무려 1600만 달러(약 220억원)을 훔쳐 자신의 불법 스포츠 도박빚을 갚는데 사용한 미즈하라 잇페이가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다.

미국 'ESPN'은 13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 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출두했다"며 "2만 5000달러(약 3463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고 전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최근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으로 송금이 된 내역을 확인했다. 알고 보니 오타니의 통역이었던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스포츠 도박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돈을 활용했던 것. 이 정보를 입수한 'ESPN'은 미즈하라와 약 90분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기사화를 앞둔 가운데 미즈하라가 지난달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이 끝난 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털어놨다.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던 만큼 다저스는 이튿날 미즈하라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 450만 달러(약 60억원)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오타니는 대변인을 통해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때문에 오타니 또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미즈하라가 어떻게 오타니의 계좌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450만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이에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자신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적이 없고, 미즈하라가 스포츠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타니를 향한 의심은 이어졌는데, 지난 11일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형량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수사 당국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450만 달러 이상의 돈을 훔친 정황과 오타니의 계좌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알림'이 가지 않도록 조치한 증거를 확보했다.

충격적인 소식은 더 쏟아졌다. 마틴 에스트라다 검사는 지난 12일 벌금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 또는 징역 30년에 이를 수 있는 '은행 사기' 혐의로 미즈하라를 기소했는데, 미즈하라가 2년 동안 약 1악 9000회 스포츠 베팅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생긴 도박빚은 무려 4070만 달러(약 563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미즈하라는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1600만 달러(약 220억원) 이상을 빼돌렸고, 은행에는 자신이 오타니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기 행각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그야말로 심각한 도박 중독에 빠져있던 미즈하라는 이날(13일)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미국 'LA 타임스'는 미즈하라가 형량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오타니가 중요한 증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미국 현지 복수 언론에 의하면 미즈하라는 이날 보석금 3만 5000달러를 내고 구속을 면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스포츠 호치'는 "미즈하라 용의자는 법정에 흰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족쇄를 차고 모습을 나타냈다"며 "향후 어떠한 피해자(오타니) 등 관계자와 접촉하지 않을 것, 도박을 하지 않을 것, 여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리아 오델로 판사는 미즈하라에게 도박 중독 프로그램 이수까지 명령했다.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는 일본과 미국 등 취재진 1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고.

일단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된 미즈하라는 어떠한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미즈하라의 다음번 법정 출석은 오는 5월 10일. 두 번째 출석에서 미즈하라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최대한 형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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