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부적응자' 응시하는 돌연변이 콘텐츠…<기생수: 더 그레이>와 <댓글부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4.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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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주인공 캐릭터는, 그 시대의 인간 군상을 대표한다.

가정은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녀는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살아가는 셈이다.

때로 광기에 찬 눈을 번뜩이는 그녀는 조직에 있지만, 실은 조직이 추구하는 일원이 아니라 일종의 돌연변이다.

그렇다면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기생수: 더 그레이> 는 스펙타클을 만드는 중에도 주제 의식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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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흙수저론' 한바탕 지나가고…왜 이런 캐릭터가 등장했을까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콘텐츠의 주인공 캐릭터는, 그 시대의 인간 군상을 대표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자유를 외치는 주인공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그 사회에 구속감을 느끼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캐릭터가 자꾸 나온다면, 성공 신화의 열병을 앓는 사회라는 방증이다.

최근 몇 년간 K-콘텐츠에 등장한 주인공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오징어게임>(2021)의 참가자들은 재기를 노린다. 그들은 이 위험한 게임이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낀다. <기생충>(2019)에서 기우(최우식)네 가족들은 신분 상승을 꿈꾼다. '흙수저론'이 한바탕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뒤, 대중의 염원을 담아 빚은 것 같은 캐릭터들이 속속 콘텐츠 속에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가난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욕망을 불태우며, 그 과정에서 피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하지 못한다.

그랬던 K-콘텐츠의 주인공들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는 최근 공개된 두 편의 작품에서 드러났다. <기생수: 더 그레이>와 <댓글부대>. 아래부터는 두 편의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일본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부산행>(2016), <반도>(2020), <지옥>(2021) 등을 통해 디스토피아를 다룬 연상호 감독이 연출·각본을 맡았다.


한국의 토양에 정착한 기생수 시리즈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이들은 '조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크게 세 개의 조직이 나온다. 준경(이정현)이 포함된 경찰 조직, 강우(구교환)가 몸담았던 폭력 조직, 그리고 목사(이현균)를 중심으로 한 기생 생물들의 조직.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조직과 완전히 동기화하지 못한다. 그들은 조직에 적합하지 않거나, 조직으로부터 버려졌다. 수인(전소니)에 기생하는 기생 생물 '하이디'는 일종의 변종으로 동족을 피해 다닌다. 수인은 부모의 보호 없이 마트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가정은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녀는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살아가는 셈이다. 강우는 몸담았던 폭력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버려졌다. 기생 생물에게 남편을 잃은 준경은 얼핏 보아 경찰 조직에 잘 적응한 것 같지만, 다른 조직원들과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상처와 그에 대한 분노를 원동력으로 달린다. 때로 광기에 찬 눈을 번뜩이는 그녀는 조직에 있지만, 실은 조직이 추구하는 일원이 아니라 일종의 돌연변이다. 이들은 모두 자의 혹은 타의로 조직과의 동기화에 실패한, 조직 부적응자다.

"기생 생물처럼 인간도 조직에 기생해 살아간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작품에 이르러 연상호는 '우리 모두 기생 생물'이라고 선언한다. 그가 생각하는 조직은 생존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기생수: 더 그레이>는 스펙타클을 만드는 중에도 주제 의식을 놓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조직과 불화하는 면이 약간 혹은 많이 존재한다. 내 안의 돌연변이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연상호는 묻는다. 그런 면에서 인간과 기생 생물의 경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수인과 하이디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 이 작품의 제목에는 흑과 백의 중간인 '회색'이 인용되었다. 그레이 존(gray zone)에서 우리는 만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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