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작곡이 1위→"커버곡 소름"…AI로 급변하는 음악업계, 위기와 기회 사이 [TEN스타필드]

이민경 2024. 4.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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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의 사이렌》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AI가 단순히 특정인의 목소리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서 작곡·작사·편곡 등 음악산업 대부분의 걸쳐 유용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유명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SNS에 "최근 모 기관의 의뢰로 작곡 공모 심사를 했다. 1위로 뽑힌 곡이 제법 수작이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오늘 AI를 사용해 만든 곡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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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민경 기자]
수퍼톤 플러그인 'SHIFT', 가수 적재/사진=수퍼톤 공식 홈페이지 캡처, 가수 적재 인스타그램 캡처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음악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AI가 단순히 특정인의 목소리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서 작곡·작사·편곡 등 음악산업 대부분의 걸쳐 유용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영향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반면 AI를 도구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현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AI 한계로 인해 '아티스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가수 장윤정은 최근 AI 커버를 놓고 "소름이 돋는다. 노래는 AI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가수가 레코딩을 왜 하냐.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장윤정은 "공연하는 가수들한테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 호흡,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AI를 이용한 'AI 커버곡'에 대한 우려다. AI 커버곡은 AI가 특정 가수의 노래 패턴과 음색 등을 학습해 다른 노래를 해당 가수가 부른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음악 업계에서는 AI를 이용한 작곡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달초 유명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SNS에 "최근 모 기관의 의뢰로 작곡 공모 심사를 했다. 1위로 뽑힌 곡이 제법 수작이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오늘 AI를 사용해 만든 곡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썼다. 전남도교육청이 낸 박람회 주제곡 공모전에서 AI가 만든 곡이 1위를 했지만, 심사위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김 작곡가는 "최근 예술의 영역에서 AI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음악에서도 누구든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과 공존하는 시대에 작곡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한 사례지만 실제 AI를 이용한 작곡은 이제 업계에서 자연스런 일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AI 작곡 및 편곡 소프트웨어 중 하나는 바로 'AIVA'다. 몇가지만 다룰 줄 안다면 누구든 작곡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I가 작곡한 곡을 사람이 다시 다듬어서 곡을 내는 경우도 흔해졌다.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용한 글로벌 음악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900억 원에서 2032년 약 3조 3800억 원으로 11배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수퍼톤 공식 홈페이지


AI가 음악업계에서 논쟁 거리가 되고 있지만 음악 업계에서는 걱정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고민을 쏟는 모양새다. AI를 음반 판매를 위한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하이브 산하의 음악 AI 솔루션 기업 '수퍼톤'(Supertone)'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기술을 이용하면 BTS, 세븐틴, 뉴진스, 아일릿 등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노래를 전 세계 각지의 언어로 발매할 수 있다. 아티스트가 매번 목표 시장의 언어를 익히는 노고를 줄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K팝 팬 누구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각자의 언어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 기술과 관련해 수퍼톤 측은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은 아티스트가 외국어로 가창한 발음을 교정,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노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써 여러 언어로 동시 발매가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경영산 판단에 따른 시기의 문제일 뿐,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현장에 적응이 가능한 상황이란 뜻이다. 

AI의 부상이 오히려 '음악 현장', 즉 콘서트의 가치를 높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가상 악기로 연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AR기기를 이용한 가상현실을 통해 콘서트를 간접 체험할 수도 있지만 '현장'의 고유한 가치는 변치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리스의 음악당, 로마의 콜로세움 그리고 현대의 콘서트장까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감을 즐기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며 "AI가 절대 커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장감이다"라고 설명했다. AI를 도구로 삼는 '작곡기능자'는 많아지더라도 현장에서 악기를 들고 감동을 전하는 '아티스트'는 갈수록 귀해진다는 시각이다. 

그룹 실리카겔 김춘추/사진=실리카겔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인간은 그간 불편했기 때문에 기계에게 미뤄왔던 일들을 다시 되찾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디지털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를 사모으고, 타이핑 대신 캘리그라피를 택하고, 화상 회의를 하던 시대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사람을 만나길 택했다. 앞서 언급한 장윤정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공연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겐 AI의 등장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현장'을 찾기 때문. 이런 인간의 본성을 근거로 AI가 발달한 어느 미래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성이 중심이 되는 문화 소비가 이뤄지지 않을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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