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에서 프리미엄 과일 청과 대표로, 화월청과 신동임

서울문화사 2024. 4.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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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으로 10년간 커리어 우먼의 길을 걷던 신동임 대표는 엄마라서 2020년 퇴사했다. 동시에 엄마이기 때문에 경력 단절 여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선택했다.

프리미엄 과일 선물 세트 화월청과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창업 전에 은행원으로 근무했어요. 은행에서 보는 시험, 실적, 행사 등 무엇이든 열심히 했고 인정받으면서 10년간 회사에 다녔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상황이 되지 않았고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기 싫어 퇴사를 결심했죠. 주부로 육아만 하자니 경제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두 아이를 내가 키우면서 가능한 돈벌이를 찾자고 생각한 게 창업의 시작이었죠. 아마 제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결심이에요. 저는 타인이 정해놓은 삶의 성적표에 집착하며 살았거든요. 그랬던 제가 실패할지도 모르는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엄마라서 경력 단절 여성이 되는 게 아니라 창업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지요.

수많은 창업 아이템 중에 왜 과일이었나요?

어머니가 구리농수산물시장에서 20년간 과일 중도매인을 하셨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맛있는 과일을 먹고 자라서 어머니가 주시는 과일의 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랐죠. 그런데 집에 놀러 오는 지인들이 과일을 먹으면 “어디서 샀냐?”고 묻는 거예요.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인들에게 주문을 받아 어머니의 과일을 전달했어요. 처음엔 ‘우리 엄마 과일이 그렇게 특별한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하게 됐죠.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든든한 사업 자원이 있었어요. 어머니의 과일에 트렌드만 입히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창업이 시작됐군요. 화월청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창업을 시작할 때 포장만 프리미엄이 아닌 과일의 맛이 프리미엄이 되는 것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그래서 브랜드명에 과일 가게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싶었죠. 훌륭한 과일이 주는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고, 과일을 한 송이 꽃처럼 예쁘게 포장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과일 선물 세트라는 점을 내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꽃에 비치는 달’이라는 뜻의 화월(花月)과 전국의 모든 과일이 다 모이는 청과물 시장의 청과를 더해 화월청과로 지었어요.

창업 아이템을 정하고 준비는 어떻게 했어요?

어린 둘째 아이를 안고 시장조사를 나가고 포장 교육을 받았어요. 또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을 둘러보며 부자재를 구입했죠. 중간에 화장실이나 차 안에서 모유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야 했고, 첫째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야 했으니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그래서 동생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어요. 미혼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고 손재주가 있는 동생은 육아와 살림도 해야 하고 손재주가 없는 저를 대신할 최적의 인재였죠. 자연스럽게 저는 소매 판매와 기업 거래처 관리, SNS 관리를 담당하고 동생은 선물 포장과 오후 시간대의 매장 관리를 담당하게 됐어요. 또 네이버 밴드를 활용했어요.

네이버 밴드는 어떻게 활용했나요?

오픈 초기에 원활하게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활용했죠. 당일 새벽에 입고된 과일 사진과 상품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올렸어요. 예를 들어 “복숭아 크기가 좋아요. 그런데 맛은 맹탕이에요. 장마가 길어지니 어쩔 수 없어요. 꼭 드셔야 하는 분만 구매하세요”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상품을 설명했어요. 과일은 생물이라 365일 맛있을 수 없거든요. 솔직한 설명이 소문나면서 화월청과 대표가 추천하는 과일은 사도 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추천 품목들은 2~3시간 만에 품절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어요.

매출이 급상승했겠네요?

하루 종일 매장에 앉아 있지 않아도 오전 시간에만 매출의 60~70%를 달성하는 매장이 됐어요. 운이 좋게, 화월청과의 과일을 사 먹은 한 대기업의 부장님이 직원 선물로 저희 제품을 구매했고, 과일을 먹은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인사 팀과 연이 닿아 임원들의 선물을 준비하게 됐어요. 임원들이 극찬하면서 행사 선물, 창립 기념일 선물 등 연이어 구매가 이뤄졌어요.

소비자가 최상급 과일의 가치를 알아본 거네요.

최상급 과일이 아니면 타협하지 않는 어머니의 집념과 솔직하고 양심적인 우리 자매의 판매가 평생 소비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우쳤죠.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퀄리티의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원칙을 양보하지 않은 덕분에 소비자에게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지금의 화월청과가 있는 것 같아요.

창업 초기 남편이 미국 주재원으로 떠나면서 독박 육아를 했죠. 홀로 일과 육아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무조건 효율을 추구했어요. 저만의 낫 투 두 리스트(Not To Do List)를 정했죠. 필요 없는 서류 작성을 하지 말 것, 입소문 마케팅을 하지 않을 것, SNS나 유튜브에 접속하지 말 것, 죽마고우가 아닌 지인과의 관계에 집착하지 말 것 등이 리스트에 있어요.

내게 수많은 역할이 주어지면 중심을 잃기 쉽잖아요. 어떻게 중심을 잡았어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한 여성에겐 많은 페르소나가 있어요. 그런데 하나의 페르소나에 매몰되면 주체로서의 나를 잃기 쉬워요. 주체인 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요. 삶의 방향타를 스스로 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선장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요. 제가 아이를 키우며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럴 때마다 세상이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휘둘리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육아와 일은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놓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창업을 꿈꾸는 주부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육아휴직 후 온종일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 중 다수가 마음의 병을 겪는다고 해요. 허무함과 무기력감, 고단함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만 바라보는 아이가 있어 적극적으로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워요. 뭔가를 해보고는 싶은데 몸과 마음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소박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여보세요. 목표는 작게, 마음은 가볍게, 실행은 빠르게. 이 3가지를 기억하세요. 또 나는 엄마라서 어떤 제약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린 엄마이기 때문에 뭐든 할 수 있는 슈퍼파워가 생겼다고 여기길 바랍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김지은·곽희원(프리랜서) | 사진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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