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특수부대 실체…게릴라전 노린다
[앵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할 때다."
지난 10일, 김정일군정대학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입니다.
누구를 상대로 전쟁 준비를 할지 직접 거론 하진 않았지만, 화면에는 대형 남한 지도와 서울 지형 모형이 잡혔는데요.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과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주목받는 부대가 있죠.
바로 북한군 특수부대입니다.
지난달엔 특수부대 '대남 침투' 훈련을 김정은이 직접 시찰하기도 했죠.
파악된 병력만 20만여 명.
병력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수준인데요.
과연 북한 특수부대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헬기를 이용해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군인들.
빠르게 목표 건물로 달려갑니다.
내부에 진입하자 총성이 울려 퍼지는데요.
지난달 한미 '자유의 방패' 연습 일환으로 실시된 '특수타격 훈련' 장면으로, 유사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 제거를 목표로 하는 일명 '참수 작전'입니다.
대원들은 수류탄을 사용해 적 지휘시설을 무력화시키고, 내부 격실 수색까지 완료하는데요.
["클리어! 클리어!"]
한미 특수부대 요원들이 참가하는 이 훈련은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훈련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겁은 확실히 먹고 있는 것 같아요. 2022년 9월에 발표한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에 따르면 참수 작전 시도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핵무기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하는 입장을 보인 거죠. 이건 북한이 참수 작전에 대해서 상당히 겁을 먹고 있다고 하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북한도 특수부대를 내세워 무력을 과시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북한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선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영상이 공개됐는데요.
["얼마나 많은 역사의 도전들을 짓부수며 당과 혁명을 보위해 온 붉은 총, 창입니까."]
한겨울에도 맨몸과 맨손으로 격술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얼음물에서도 훈련을 강행하고, 맨몸으로 쇠사슬도 끊어냅니다.
달리는 열차 위에서 격투를 벌이다 뛰어내리는 등 그야말로 강인한 전사의 모습을 보여준 건데요.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의 목적과 역할은 한국과 미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군사전략은 배합전이라고 불려요. 전방에서만이 아니라 후방에서 동시에 전장을 만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쟁이 시작되면 전방에서는 무거운 화기를 든 군인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겠죠. 그게 첫 번째 전선이라고 하면 후방에는 특수부대를 보내서 제2의 전선을 만든다는 거예요. 후방에 침투해서 요인 암살이라든지 원자력 시설의 파괴라든가 사회적 인프라의 파괴 그리고 군을 지휘하는 시설의 파괴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전장화해서 미군이 오기 전에 한국전쟁을 빨리 마치겠다고 한 게 북한의 전략입니다."]
여느 나라의 특수부대원들이 첩보, 참수, 인질 구출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비밀리에 침투된다면, 북한의 특수부대원은 게릴라전과 같은 더 큰 임무를 수행하는 겁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특수부대에 대한 북한의 정책은 1969년 김일성의 연설을 통해서 명확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북한군 당 제4기 4차 회의에서 경보병은 원자탄보다 위력이 강하다 경보병부대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 후방에 침투한 경보병 한 명은 일반전투병 열 명과 맞먹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비정규전 및 게릴라전을 수행하기 위해 정규전 부대 일부를 비정규전 부대로 전환하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의 특수부대를 창설해 비정규전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특수부대엔 더 큰 힘이 실렸는데요.
2017년,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을 맞아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이 공개된 겁니다.
["김영복 육군 상장의 인솔하에 지축을 뒤흔들며 나아가는 특수작전군 열병 종대."]
특수작전군은 육, 해, 공군의 특수부대를 총괄 지휘하는 최초의 조직으로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창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특수작전군에 소속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활동 중인 특수부대가 다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특수부대란 말 그대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특별히 준비된 부대를 말합니다. 일반 군부대는 규정된 정규 전법과 전술에 따라 전투를 하지만 특수부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합니다. 북한의 특수부대는 한국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군사쿠데타나 민간인 폭동이 일어날 경우 진압하는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전역에 북한 특수부대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인민군 제525군부대 특수작전대대인데요.
2016년, 청와대 본관 모형을 설치해 이를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부대가 바로 525 특수작전대대입니다.
[조선중앙TV :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은 이 세상 그 어디에 있건 무자비하게 격멸 소탕해 버릴 영웅적 조선인민군의 억센 투지와 역량을 남김없이 과시했습니다."]
525부대 특수작전대대는 격술 보급기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북한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보는 가운데 군인들이 두꺼운 각목을 맨몸으로 막아내고, 몸에 감긴 쇠사슬도 끊어버립니다.
군인 두 명이 밀어낸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마는데요.
마치 차력 쇼를 연상시키는 이 무술 시범도 525부대 특수작전대대의 작품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설립 목적은 유사시 총참모부 경호를 위해서입니다. 평시에는 과학적인 격술 연구를 통해 북한의 주체 격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새로 개발한 격술 동작 및 훈련 방법을 전군 특수부대에 보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특수부대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현재도 공중 및 해상, 지상 침투훈련과 우리나라의 주요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해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조선중앙TV : "항공육전병(공수부대)들을 태운 수송기들이 훈련장 상공에 날아들고 전투원들이 우박같이 가상 적진에 쏟아져 내렸습니다."]
지난달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한 북한 공수부대 훈련도 주요 특수 훈련 중 하나입니다.
당시 공수부대원들은 적진 깊숙이 침투한 뒤 직접 낙하산을 펴는 방식이 아닌, 뛰어내리자마자 낙하산이 펴지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요.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낙하산들이 강풍에 엉키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재래식 전력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일각에선 특수대원을 고려하지 않은 북한식 작전 수행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라든지 인권을 중요시 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그런 식으로 할 수도 있거든요. 물론 장비가 열악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요. 또 한편으론 병사들의 목숨보다는 더 높은 병력을 짧은 시간 안에 떨어뜨려서 한국 주요 도시에서 시가전이라는 방식을 통해 많은 대규모 혼란을 야기하는데 북한 정권이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얼마 전 북한 조선중앙TV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남한 지역에 침투해 한미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명령-027호'를 방영했습니다.
실감 나는 액션을 위해 525부대 특수작전대대 대원들도 다수 출연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영화 <명령-027호> : "당의 품속에서 자란 우리 병사들에게 있어서 장군님의 참된 전사로 한 생을 바치는 것보다 더 영예는 없기 때문이오."]
1986년 제작한 영화를 소환하면서까지 특수부대를 띄우고 있는 북한.
북한 특수부대가 우리의 방공망을 뚫고 침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특수부대의 위상과 전력을 꾸준히 증강시키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이들을 주시하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1·21사태나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처럼 특수부대에 의한 기습 침투 가능성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적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 북한이 선택할 수도 있는 카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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