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선택과목제 시작…문과·이과 분리

KBS 2024. 4. 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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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개학일은 우리와 달리 4월 1일인데, 이번 학기에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 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문과, 이과, 예체능 등을 구분해 심화학습을 한다는 건데요.

우리야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제야 이 같은 내용의 교육개혁을 시작한 거죠.

그런데 교육개혁이 있을 땐 전국의 학교가 동시 시행에 들어가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에선 전국 수십여 개의 학교에서만 우선 시행을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요즘 북한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리포트]

4월 1일 신학기를 맞은 북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입니다.

관영매체는 개학 분위기를 전하며 이번에 새로 시행되는 선택과목제를 소개합니다.

[강문영/조선중앙방송 위원회 기자 : "보통교육 부문에서의 선택과목제에 대한 교육은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급중학교, 즉 우리의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의무교육을 받습니다.

그동안 문과, 이과를 나누지 않고 정해진 교과과정을 배웠습니다.

'선택과목제'는 이미 지난해 6월, 노동당 제8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던 것을, 이번 고급중학교 과정에 적용한 건데요.

우선 문과, 이과, 예체능 등 학과목들도 세분화한 뒤 학생 소질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심화 학습한다는 내용입니다.

[차기철/교육연구원 원장 : "과정 안에 문학 창작이나 문학 이론, 평론이나 문학사와 같은 여러 가지 세분화된 학과목들을 선택과목으로 설치하고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당장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 군 단위에서 일부 학교를 선정해 시범 실시한다는 겁니다.

그 배경에는 교과서를 찍어낼 물자가 부족한 점, 선택과목제 교육을 맡을 교원들의 소양 문제 등이 있을 거라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교과서를 새로 제작해서 보급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또 그 교과목이 신설되면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을 확보해야 되잖아요. 준비도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육 재정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개혁 조치거든요. 북한 예산 상황으로는 전국 동시 시행은 굉장히 어렵고요."]

북한은 지난 2017년부터 11년제에서 12년제로 의무교육을 바꾸고 외국어와 기초과학 수업을 크게 늘려 왔는데요.

이번 선택과목제 시행으로 또 한번의 교육개혁에 나섰습니다.

[앵커]

봄철 강하천 정비…‘흙 수로’가 문제

식량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요즘 강하천 정리 사업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때 농수를 댈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요.

하지만 해마다 이어지는 이런 독려는 그만큼 효율적인 농수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요?

물 자원이 풍부한 북한에서 의외로 농수 관리가 문제가 되는 이유, 바로 '흙 수로'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소식, 농수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봄철을 맞아 중장비들이 주요 하천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김창남/국토환경보호성 국장 : "장마철 전으로 올해 계획한 중‧소 하천 정리를 기본적으로 결속하는 데 선차적인 주목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적당한 시기에 적정량의 농수가 공급돼야 한 톨이라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리봉남/재령군 청천 협동농장 관리 위원장 : "밀보리가 생육 기간 이삭은 시기에 제일 많이 수분을 요구하는데, 이 시기에 물기 함량이 모자라면 이삭들이 충실히 여물지 못해서 알곡 질량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철마다 행해지는 강과 하천 정리 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주연/농업위원회 국장 : "농사에서 말 그대로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물 보장의 우위와 중요성이 특별히 부각되는 이 시기에 농업 부문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각성 분발하여…"]

노동신문도 봄철 하천 정비 사업으로 바닥 파기와 제방공사를 독려했는데요.

그런데 반복되는 정비 사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일단 하천과 농지를 잇는 농수로를 보면 시멘트 부족을 겪는 북한에선 대부분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돼 있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구조물이라는 콘크리트 수로를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데 시멘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런 구조물 공사를 하기 어려운, 그래서 대부분 흙 수로를 만들게 되는 거죠."]

흙 수로의 경우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물 손실이 많아지고 또 흙에서 풀이 자라면서 물 흐름을 느리게 만듭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물 흐름을 느리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에 따라 수풀이 많이 형성되고 수풀이 많이 형성되면서 폭우가 내렸을 때 물이 제방을 넘쳐 버리는 거죠."]

게다가 북한의 농수로는 용수로와 배수로의 구분 없이 하나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그래서 고지대에서 쓰고 버린 농수를 낮은 지역에서 그대로 사용하게 되고, 결국 수질이 안 좋은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단 지적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산간 지역에서 사용한 일차적으로 사용된 물이 배수로를 통해서 다시 나와서 중간 지대에서 사용한 물이 또다시 하부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에 염도 문제도 있고."]

만성적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관개 시설의 전면적인 개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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