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타고 오른 저PBR주…끝물일까 단물일까 [신민경의 테마록]

신민경 2024. 4.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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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주 팔아야 돼, 말아야 돼"
여당 총선 참패에 개미들 갈팡질팡
"동력 상실" vs "더 간다" 전문가도 분분
당국 "좌고우면 않고 예정대로 추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당 관계자들과 지난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둬야 하나…"

4·10 총선이 끝난 직후 개인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를 했으니 윤석열 정부의 대표 프로젝트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수혜주에 대한 매매전략도 다시 손봐야 하나 헷갈리는 겁니다.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합니다. 프로젝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법 개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어 단기 추진동력을 잃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밸류업의 본질이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있는 만큼 저점 매수 타이밍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로 엇갈린 주장이지만 "밸류업 모멘텀은 쉬어가겠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한 목소리입니다.

총선 결과, 시장은 일단 악재로 반응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을, 조국혁신당은 12석을 얻었습니다. 이튿날 개장한 증시는 총선 결과를 악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국내 총선은 특정 후보들과 연관된 중소형 정치 테마주들만 만들어내는 재료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과 직결된 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집중했습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보험업' 지수는 총선 이튿날(11일)과 12일 이틀 동안 7% 넘게 빠졌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 200 금융'(-4.86%), '유통업'(-3.94%), '증권'(-3.76%), '금융업'(-3.71%), '코스피 200 건설'(-3.44%) 지수 등도 큰 폭으로 밀렸습니다.

저PBR업종 주가 추이.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은행·보험 등 금융업과 자동차, 건설업은 모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 소속된 업종입니다. PBR이 낮은 주식은 실적과 자산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로 여겨집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PBR이 1 아래인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단숨에 정책 수혜주로 떠올랐죠.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관련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겁니다.

"저평가 해소 공감대…손바닥 뒤집듯 바꾸진 못할 것"

'대통령이 콕 집어준 종목'이라며 올 들어서부터 많은 투자자들이 밸류업 수혜주들을 사모았는데요. 이들로선 총선 결과가 투자자산 성과에 영향을 미칠지 좌불안석입니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기적으로 상승 모멘텀(동력)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근거는 외국인 수급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총선 이후 이틀간 현대차를 1713억원어치 매수했습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매수한 겁니다. 또 기아(225억원)와 신한지주(180억원), 기업은행(128억원), 삼성생명(104억원), 삼성화재(67억원) 등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저PBR주를 중심으로 순매수했습니다. 관련주가 급락세를 타는 지금을 '손절'(손해보고 파는 것)이 아닌 '저점 매수'의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밸류업은 '초당적인 사안'이라는 여야 간 공감대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앞서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내 '주주의 비례적 이익' 추가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 인수합병(M&A)·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차별 시정, 공적기금 운용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높은 가중치부여 등도 공약했습니다.

4월 8~12일 코스피 섹터별 외국인 순매수 상하위. 자료=SK증권 리서치센터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의 본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인 만큼 '주주 비례적 이익 보장'이나 '물적 분할 제한' 등 양당 간 공감대가 있는 안건은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달부터는 정책 모멘텀도 유입되니 자동차와 은행, 보험 등 저PBR주 중심으로 주도주를 추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큰 돈을 집행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저PBR주에 대한 긍정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전일 리밸런싱 때 은행·지주의 비중을 조정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주가가 밀리더라도 웬만하면 매도 포지션은 잡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제 인센티브 반대하는 야당…"모멘텀 상실 불가피"

반대로 밸류업 수혜주들이 이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밸류업의 알맹이는 강한 인센티브 역할을 할 '기업 세제 지원'인데, 이 부분에서 여야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주환원 증가액 일부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등의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들이 지분 구조상 대주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야당의 '부자감세 반대' 논리가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펴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그 결과와 영향' 보고서에서 "세제 인센티브 부여를 위한 법인세법 등의 개정은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입법의 경과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가며 대응전략을 꾸려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은 다음 달에도 추가로 발표되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한 관계자도 "야당이 부자감세를 논리로 꺼낸 이상 밸류업 정책의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제일 주목되는 세제 내용들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비관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예고했던 대로 정책을 무리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으니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게 수순"이라며 "우리는 좌고우면(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지 않고 하기로 예정됐던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공개 세미나를 열고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 밸류업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이내에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세액·소득공제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달 중 확정된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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